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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창조는 상상력보다 데이터"…1800억원에 NFT 작품 내놓은 미술가 코디최

입력 2021-07-06 18:38 수정 2021-07-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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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창조는 작가의 상상력이 아닌 데이터를 근원으로 삼는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유명한 코디최는 디지털 아트 전시를 앞두고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디지털 아트, 작가는 1997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먼저 아래 그림부터 보실까요.

 
코디최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1999, DATABASE PAINTING SERIES 1 - STOLEN DATA, ANIMAL TOTEM, APES #00〉코디최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1999, DATABASE PAINTING SERIES 1 - STOLEN DATA, ANIMAL TOTEM, APES #00〉

작가는 1997년 당시 유치원생이던 아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동물원에 다녀온 아들이 “호랑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호랑이를 그리겠다고 하더니, 컴퓨터를 켜 호랑이와 정글 이미지 파일 등을 다운로드 받아 조합한 뒤 프린트해 방에 붙여놓았다는 겁니다. 종이와 펜이 아닌 컴퓨터에서 이미지를 불러와 조합하는, 새로운 방식의 작업이었던 거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작가는 아이가 사용했던 컴퓨터 프로그램 안에 있던 이미지를 모두 다운받아 사이즈를 키우고 겹치는 작업을 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최씨는 1999년 완성된 이 작품을 최근 NFT로 제작했습니다. NFT는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이란 뜻인데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JPG 파일이나 동영상 등 콘텐트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입니다.

 
7만 이더리움에 발행한 코디최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Stolen Data, Tiger #00(1999)〉7만 이더리움에 발행한 코디최의 데이터베이스 페인팅 〈Stolen Data, Tiger #00(1999)〉

작품의 가격, 얼마일까요.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io)에 올라온 가격을 보면 7만 이더리움(ETH)로 책정돼 있습니다. 1이더리움 시세가 6일 현재 269만원 정도이니, 약 1883억원입니다. 직접 계산을 해보고도 믿기지 않는 가격입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NFT미술 광풍은 튤립 버블이 될 수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두고 투기가 과열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가 거품이 붕괴한 사건이죠. 영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는 지금의 NFT 광풍을 이 튤립버블에 비유했습니다. 디지털 아트가 실제 갖고 있는 예술적 가치보다 과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예술이 아니라 투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래 jpg 파일 한 장 보실까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디지털 아티스트 비플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만든 작품인데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그림이 6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됐습니다. 생존작가 경매가 3위의 기록입니다.

"황당한 가격을 붙여 실체 없는 NFT 미술시장을 풍자하고 싶었다"는 코디최. 그는 지금의 NFT 시장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곧 '평화 협정'을 맺게 될 거라 말합니다. NFT아트 시장에서는 가상화폐를 사용하는데, 아직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전쟁통엔 쌀 한가마니가 집 한 채 값이 되었다가 다음날 공짜가 되었다가 하듯이 말이죠. 하지만 가상화폐와 기축통화 사이의 전쟁이 끝나면 가상화폐의 가격도 안정될 거라 보고, 결국 머지않아 가격과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ㅣ앤디워홀의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한 것도 디지털 아트로 볼 수 있는가?

작가는 이를 개량한복에 비유합니다. 현대 문화에 압도되어 기존의 동양 문화를 현대화한 개량 한복을 무엇이라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너그럽게' 보면 포함시킬 수는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아트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실물을 스캔해 컴퓨터로 옮기거나 디지털 펜으로 그려내는 기술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진본성을 위해 태어난 NFT의 본질을 희석하는 오류까지 범한다“고 꼬집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아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하는 코디최는 이제 막 뛰어드는 작가들에겐 ”가상화폐 가격에만 매료되어선 안 되고, 디지털 아트 자체의 가치를 진지하게 따져보라”고 당부했습니다.

▶'1999 코디 최 + NFT' (7~13일, 서울 삼청동 PKM 갤러리)

 
메타버스 크립토복셀에 마련된 '에디션 갤러리'의 가상전시장.메타버스 크립토복셀에 마련된 '에디션 갤러리'의 가상전시장.

◇가상부동산에서 NFT아트 전시도= 화랑이나 미술관을 직접 찾지 않고 모니터로 들여다보는, 메타버스 전시도 열립니다. 메타버스란 가공이나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3차원의 가상 현실을 뜻합니다. 가상부동산 열리는 NFT아트 전시는 '에디션(eddysean)' 홈페이지 링크 등을 통해 입장할 수 있습니다.

▶'The Genesis : In the beginning'(~25일까지, www.cryptovoxels.com/play?coords=734E,571N, www.eddysea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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