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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교황청, 방북 적극 추진" 화답... 교황청이 북에 백신 지원?

입력 2021-07-06 18:16 수정 2021-07-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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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알프레드 슈에레브 주한 교황대사가 박지원 국가정보위원장에게 “교황청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어제 전남 목포시 산정동성단에서 열린 준대성전 지정 감사 미사에 참석한 박 원장은 슈에레브 대사에게 교황의 평양 방문을 요청했는데요. 슈에레브 대사는 “교황도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장이 오면 방북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잘 지켜보고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지난 5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성당에서 열린 준대성전 지정 감사 미사에 참석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지난 5일 전남 목포시 산정동 성당에서 열린 준대성전 지정 감사 미사에 참석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2018년 당시 교황청, 협상 원칙까지 세우며 만반의 준비"

교황 방북 논의가 급물살을 탄 시점은 201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로마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을 할 때의 일입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할 것이고, 갈 수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는 “당시 교황청은 공식 초청장이 올 경우 실무협상을 당장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대사는 “한반도의 정치ㆍ사회적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의 관행이나 전례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협상을 평양과 직접 하며, 한국 정부나 교회가 공개적으로 나서면 안 된다는 협상의 원칙까지 정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교황청과 소통의 끈을 이어가며 기회를 엿본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12월엔 교황청 산하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의 마르코 임팔리아초 대표가 평양에 방문해 당시 김영남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습니다. 2019년 2월 로마에서 열린 산테지디오 창립 51주년 기념 행사에는 김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관 대사대리가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12월 산테지디오가 공개한 사진. 김영남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양에 방문한 마르코 임팔리아초 대표를 환대하고 있다. 〈사진=산테지디오〉2018년 12월 산테지디오가 공개한 사진. 김영남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양에 방문한 마르코 임팔리아초 대표를 환대하고 있다. 〈사진=산테지디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북미ㆍ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교황 방북도 요원한 일이 됐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닫히면서 교황 방북을 논의할 기회와 여지도 사라지게 된 겁니다. 최근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외교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면서 더욱 어려운 일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 통일부 "성사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 다 할 것"

다만 우리 정부와 교황청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코로나19 상황 변화와 북한의 반응에 따라 아예 물 건너 간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늘 통일부 당국자는 교황 방북 논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진행 상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할 내용을 갖고 있지는 않다”라면서도, “논의가 진행될 경우 성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미국과 유럽을 순방할 때마다 천주교 인사들을 만나며 교황 방북을 언급했습니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가 임명된 배경도 방북 업무를 맡기려는 교황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오스트리아 방문 당시 막스밀리안 하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원장을 만나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 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오스트리아 방문 당시 막스밀리안 하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원장을 만나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 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백만 전 대사는 “대북 백신 지원을 통해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전 대사에 따르면 교황청은 최근 '백신 나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 교구가 보낸 성금으로 백신을 사들여 가난한 나라에 나눠주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국 교구에서도 한 차례 성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전 대사는 “교황청이 백신을 지원할 국가 리스트에 북한도 포함되지 않겠느냐”며 “코백스와 달리 교황청은 북한 내부 정보를 세세히 요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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