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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7만명의 '천안문 맹세'…中기자 "공포영화 같다"

입력 2021-07-05 06:50 수정 2021-07-06 11:10

선발된 남녀 4명 "당에 충성 맹세" 선창
각급 학교서 뽑힌 학생들 입 맞춰 복창
저명지 삼련주간기자 SNS에 "모골송연"

천안문 사건 후 美 망명한 왕단도 쓴소리
"수만 관중 제창…북한이냐, 나치 독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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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충성 맹세를 선창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충성 맹세를 선창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흰색 상의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10대·20대가 “우리는 당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결연한 표정으로 불끈 쥔 주먹을 쳐든 장면, 어떻게 보셨습니까.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말입니다.

턱을 치켜든 채 과장된 어조로 “조국이 필요한 곳에 가겠다. 중국을 통일하고 부흥시키자”고 부르짖는 모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1960년대 내내 중국 사회를 뒤흔든 홍위병의 이미지와 묘하게 포개졌습니다.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충성 맹세를 선창하고 있다. 베이징공업대 선발 학생들은 "당은 안심하시라. 강대국 중국에 내가 있소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충성 맹세를 선창하고 있다. 베이징공업대 선발 학생들은 "당은 안심하시라. 강대국 중국에 내가 있소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베이징의 각급 학교 학생들이 동원된 이 행사는 우리에겐 익숙한 북한의 군중대회를 연상시켰습니다. 군 사열에서나 봄 직한 각진 대오와 일사분란한 제창이 만들어내는 전체주의 감성의 아우라가 천안문 광장을 휘감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연상되는 인물과 집단이 떠오르시나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충성 맹세를 선창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충성 맹세를 선창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SNS가 사회 전분야의 영역으로 파고든 이 대명천지한 세상에서 7만명에 달하는 민간인 동원 행사가 주는 으스스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자만 이렇게 느꼈던 건 아닌 모양입니다. 중국의 저명한 잡지 삼련생활주간의 기자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당 지도부를 향해 충성맹세를 부르짖고 있다. 〈사진=CCTV 캡처〉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행사에서 남녀 대표 4명이 당 지도부를 향해 충성맹세를 부르짖고 있다. 〈사진=CCTV 캡처〉

주인공은 쏭스팅(宋詩?)기자입니다(※이름이 아주 문학적입니다).

그는 ”대오를 맞춘 여학생들이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충성 맹세를 하는 장면은 한편의 공포 영화 같았다. 몇 초 만에 모골이 송연해졌다“고 일갈했습니다.

아래 그의 SNS 계정에 올린 글입니다.

삼련생활주간 쏭스팅 기자가 웨이보에 1일 행사에 직격탄을 날리는 글을 올렸다. 〈사진=쏭스팅 기자 웨이보 계정 캡처〉삼련생활주간 쏭스팅 기자가 웨이보에 1일 행사에 직격탄을 날리는 글을 올렸다. 〈사진=쏭스팅 기자 웨이보 계정 캡처〉

예상하셨듯이 이 글이 올라가자 파문이 일었고 그의 계정은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성난 네트즌은 삼련생활주간 홈페이지에 맹폭을 가했습니다. 뻔한 얘기라 일일이 풀어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북한을 연상시켜 기분이 안 좋았다는 지지 댓글도 있었습니다.

89년 6월 천안문 민주화 시위의 주역 중 한 명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왕단은 ”수만 관중이 녹음기를 튼 듯이 환호성을 울렸다. 경축행사였지만 긴장이 감돌았다. 중국공산당 100년은 중국을 북한과 나치 독일의 종합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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