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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판 첫 증인신문 마무리…"승계목적" vs "사업상 필요"

입력 2021-07-02 18:20 수정 2021-07-0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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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의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됨에 따라 삼성은 비상경영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은 일단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1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의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됨에 따라 삼성은 비상경영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은 일단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삼성그룹 지배권의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현직 임원 10명의 재판.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어제(1일) 첫 증인에 대한 신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을 지낸 한 모 씨인데, 한 씨는 7차례 법정에 나와 검찰과 변호인, 재판부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당시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이 미래전략실 지시에 따라 각종 승계 작업 과정에 자문을 해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 삼성증권에서 작성한 '프로젝트 G' 라는 문건을 '승계계획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G는 거버넌스의 약자인데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에버랜드를 지분율이 취약한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에버랜드 가치 올리기?
'프로젝트 G'가 나왔던 2012년, 에버랜드가 갖고 있던 건물관리사업과 급식사업 등으로 내부 매출 의존율이 매우 높던 상황이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이 겹치자 삼성은 이 사업들을 물적분할해서 다른 계열사들과 통합하는 방안을 꺼냅니다. 여기에 더해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인수하게 됩니다.

검찰은 이를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에버랜드에 유리한 합병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또 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주들의 이해관계도 무시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인들은 각 계열사가 사업상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증인도 "모직이 패션사업을 넘기는 것에 대해 시장 평가가 긍정적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또 당시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사이의 거래 가격도 두 회사의 협상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m사와 M사
삼성증권 문건에는 m사와 M사가 등장합니다. m사는 제일모직, M사는 삼성물산을 뜻합니다.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꿔 상장한 뒤, 2015년에는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검찰은 두 '엠'사의 합병이 지배력 강화 방안의 핵심적인 계획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모직 고평가, 물산 저평가'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손쉽고 빠르게 승계 구도를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이 쟁점에 대해서도 '사업상 필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지배력'의 개념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틀어서 가져옵니다. 총수일가 등 대주주 지분뿐 아니라 계열사 지분을 통틀어 '그룹 지분율'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이 '그룹 지분율'이 확보돼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격적인 외국 헤지펀드가 들어와 갑자기 의결권을 확보해 각종 분쟁 등을 일으킨 사례도 듭니다.

증인도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때 헤지펀드 엘리엇이 들어와 안정적인 경영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 당시 삼성물산은 주가가 하락하던 추세였고, 제일모직은 주가가 올라가던 추세여서 합병비율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변호인 주장에도 동의했습니다. 또 자신이 작성한 각종 문건에 '모직 고평가, 물산 저평가' 등을 염두에 둔 표현들이 나오지만, 이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적어본 것뿐"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프레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삼성이 엘리엇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해 자신들이 부당하게 공격받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집중적으로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미전실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에 접촉해 합병을 설득하려고 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인위적인 주가 관리로 봤지만 증인은 "주요 투자자의 의사 결정라인을 검토하는 건 통상적인 업무"라는 입장입니다. KCC나 일성신약 등 다른 주주들을 상대로 미전실이 합병 찬성의 대가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주주들이 이익에 따라 결정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삼성증권은 누구의 자문사?
검찰은 삼성증권이 삼성물산으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고서도, 합병 시 삼성물산에 유리한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증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면 하나의 법인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또 모직과 물산이 각각 회계법인에 의뢰해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뒤, 삼성증권이 특정 범위에 이 수치들을 다시 짜 맞추려고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증인과 팀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물산 3조 down이 안 되고 있다' '물산 측과 미팅해보겠다'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증인은 "고의로 범위를 맞추자는 게 아니라, 예상한 범위에 맞지 않는 상황만 확인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VC
당시 미전실에서 증인에게 보낸 메일에는 'VC 보고 후 일정이 첨부처럼 바뀌었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증인은 VC는 vice-chairman, 즉 이재용 부회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요.

이 VC가 적극적으로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지시했는지, 또 VC의 승계가 이 모든 일의 주된 목적이었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증인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이나 승계보다는 사업적인 안정을 고려해 자문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논의를 정리하다 보니 각종 문건에 '승계'와 같은 단어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이는 증여세 등 이슈로 '그룹 지분율'이 약화해 경영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 대비하자는 취지였다고도 답했습니다.

한 씨에 이어 법정에 나올 증인은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부장이었던 김 모 씨입니다. 한 씨와 함께 일한 인물인데요. 재판부는 오는 8일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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