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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자제해 청불" 나홍진X반종 손잡은 '랑종' 광기의 샤머니즘

입력 2021-07-02 18:10 수정 2021-07-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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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랑종' 포스터.영화 '랑종' 포스터.

나홍진이 나홍진했다.

반종 파산다나쿤 감독과 만남에 대한 기대치는 부족함 없이 뛰어넘는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도 애교로 보일 정도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었던 것을 다 쏟아냈다. 두 감독 모두 이구동성으로 토해낸 높은 만족도가 곧 '랑종'이다. 샤머니즘을 배경으로, 악령을 핑계로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놨다.

한국과 태국, 샤머니즘 공포 장르 대가들의 의기투합으로 주목도를 높인 영화 '랑종(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2일 서울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공식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나홍진 감독은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했고,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현지 화상 연결을 통해 인사헀다.
 
영화 '랑종'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 쇼박스 제공.영화 '랑종'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 쇼박스 제공.

낯설지만 흥미로운 태국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랑종'은 태국 산골마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태국 북동부 이산 지역의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대를 이은 무당 가문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려내 신선한 스릴과 긴장을 선사한다.

특히 '랑종'은 '곡성' 나홍진 감독과 '셔텨'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만남으로 기획 단계부터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나홍진 감독은 기획·제작을 비롯해 직접 시나리오 원안을 집필했고, '셔터'로 태국 호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피막'으로 태국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연출을 맡았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홍진 감독과 협업에 대해 "나홍진 감독의 굉장한 빅 팬이다. 나에게는 아이돌이다. 5년 전 태국 방콕 문화센터에서 '추격자' 상영이 있었고, 그때 나홍진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됐다. 워낙 팬이었기 때문에 내가 제작했던 모든 영화의 DVD를 선물로 드렸다"고 회상했다.
 
영화 '랑종' 스틸.영화 '랑종' 스틸.

이어 "물론 5년이라는 시간 흐른 후에 연락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나홍진 감독님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흥분됐다. 그리고 원안을 받았을 때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의 영화라 기뻤고 당연히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다만 '곡성'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맞지만, '랑종'에 일부러 마음을 먹고 '곡성'이 떠오를만한 연출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곡성' 이후 5년만 신작이자 첫 제작 영화로 컴백한 나홍진 감독은 "'셔터' '피막' 등 감독님이 워낙 호러 영화를 잘 만드시는 분이라 믿고 맡길 수 있었다"며 "실제 내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 역시 감독님께서 연출을 너무 잘 해주셨다는 것이다. 원안은 내가 썼지만, 감독님은 현지에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태국 무속에 대해 취재를 하셨다. 원했던 바를 잘 담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영화 '랑종' 스틸.영화 '랑종' 스틸.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홍진 프로듀서가 집필한 시나리오 원안을 태국 현지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샤머니즘에 대한 심도 깊은 리서치를 진행했다. 또한 시나리오와 배경을 영화 속 또 하나의 캐릭터로 생각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로케이션 조사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북동부에 위치한 이산 지역을 촬영지로 결정, 태국 고유의 풍광을 담아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사실 촬영 전에 걱정이 많았다. 태국 무당이나 무속신앙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나 감독님께 '시간을 좀 달라'고 양해 말씀을 드렸다"며 "하지만 사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흥분되고 떨리는 기분을 느꼈다. 한국 무속신앙과 태국 무속신앙이 상당히 많이 닮았더라. 그래서 더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나홍진 감독은 코로나19 여파로 태국 현지 촬영장에 방문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에게 매일 촬영 영상을 받아보면서 프로듀서로서 영화의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처음 일해보는 것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는 나홍진 감독은 "근데 내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감독님께서 수고를 많이 해주셨다"고 운을 뗐다.

 
영화 '랑종' 스틸.영화 '랑종' 스틸.
나홍진 감독은 "우리 영화가 28회차 촬영을 했다.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디자인 한 상태로 어마어마하게 집중해 촬영을 하시는구나' 싶어 놀랐다. 감독님이 연출에 정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감독님이 연출에 집중하시는 동안 나는 서사에 집중했다. 서사와 관련해 촬영 된 버전을 두고 발견된 새로운 문제들을 때마다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랑종'은 기대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거침없는 수위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제와서 나 혼자 살자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고 콕 집은 나홍진 감독은 "정말로 내가 말리는 입장이었다. 감독님의 의사에 모두 동조하고 동의했다면 아마 상영이 안 됐을 것이다. 감독님에게 '수위를 좀 낮춰보자'고 하면 감독님께서는 '꼭 넣어야겠다'고 계속 말씀하시더라. 회의 끝나면 며칠 있다 또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 하고 싶다면 가셔야지'라고 했다. 표현 수위가 자세히 보면 그렇게 높지는 않다. 그건 내 역할이 컸다. 감독님께서는 장면도 더 넣고 싶어 하셨는데 '사운드나 효과로 극대화 하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를 받게 됐다"고 토로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수위와 관련) 나 감독님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 근데 우리는 '절대로 잔혹함이나 선정적인 장면을 팔아 영화를 흥행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건 명확했다. 내용과 필요 없는 장면은 넣지 않았다. 그렇게 조율한 수위다. 꼭 필요한 신만 구사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랑종'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 쇼박스 제공.영화 '랑종'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한 나홍진 감독. 쇼박스 제공.

또한 "귀신이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말에 나홍진 감독은 "난 반대다. 귀신은 있고, 있다고 믿는다. 나는 겁이 많고 공포영화를 못 본다. 현실에서도 귀신이 무서워서 집에 일찍 간다. 누가 사무실에 귀신이 있다고 해서 몇 시 이후로 꼭 집에 갔다"고 털어놨다.

러닝타임 131분, 최종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랑종'은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 속 14일 개봉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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