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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캐나다 교회들…'숨진 아이들' 추모한 건국일

입력 2021-07-02 16:54 수정 2021-07-0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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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교회 문이 빨간색과 주황색 손바닥 자국으로 뒤덮였습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페인트 자국을 남겨놓은 겁니다. 또 다른 교회 문에는 손바닥 자국과 함께 '우리의 삶은 중요하다(Our Lives Matter)'는 글씨까지 커다랗게 적혀있습니다. BBC에 따르면 앨버타주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각)과 지난 1일 밤사이 이렇게 페인트로 훼손된 가톨릭 교회는 최소 10곳에 이릅니다.

 
현지시간 1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교회 문이 페인트 자국으로 훼손돼 있다. 〈사진=앨버타 주지사 Jason Kenney트위터, 캘거리 헤럴드〉현지시간 1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교회 문이 페인트 자국으로 훼손돼 있다. 〈사진=앨버타 주지사 Jason Kenney트위터, 캘거리 헤럴드〉


캐나다 앨버타주의 유서 깊은 세인트 장 바티스트 교회는 지난달 30일 새벽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교회 건물 내부와 지붕까지 불탔습니다. 결국 벽 일부만 남기고 교회는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이처럼 지난 2주간 캐나다 전역의 수많은 교회에서 방화로 의심되는 불이 났습니다.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세인트 장 바티스트 교회가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현지시간 지난달 30일 캐나다 앨버타주의 세인트 장 바티스트 교회가 불타고 있다. 〈사진=로이터〉

■ 불타는 교회…'어린이 유해 발견'이 배경

누가 벌인 일인지는 수사 중이지만, 범행 배경은 어렵지 않게 짐작됩니다. 최근 가톨릭 기숙학교 터에서 원주민 어린이들의 유해가 대거 발견되면서 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졌습니다.

지난 5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캠루프스 기숙학교 터에 표식 없는 어린이 215명의 무덤이 발견됐습니다. 원주민 단체에서 레이더로 땅을 투사해 찾았습니다. 유해 발견은 그 이후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4일 새스캐쳐원주 매리벌 기숙학교 터에서 751명, 지난달 30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세인트 유진 학교 터에서 182명의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가톨릭 교회는 1840년대부터 100년 넘게 정부를 대신해 캐나다 전역에서 기숙학교를 운영했습니다. 약 15만명의 원주민 어린이들을 강제로 데려왔습니다. 원주민 문화를 없애려고 원주민 언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신체적 · 성적으로 학대까지 저질렀는데요. 많은 아이들이 영양실조와 질병, 사고로 숨진 걸로 조사됐습니다. 위원회는 '문화적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 캐나다 건국일에 '숨진 원주민 아이들'을 생각하다

7월 1일 캐나다의 건국기념일(캐나다 데이)을 앞두고 원주민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슬픔과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원주민이 살던 터에 나라를 세운 걸로도 모자라 문화 말살 정책으로 아이들까지 희생시킨 것이니까요. 예년 같으면 불꽃놀이와 기념행사로 즐겼을 건국기념일이었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습니다.

유해가 발견된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비롯해 곳곳에서 기념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 행진에 나섰습니다. 추모의 의미로 주황색 티셔츠를 입었고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Every Child Matters)'라는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습니다. "학살에 자부심은 없다""아이들을 집으로 데려 와달라" 같은 구호도 외쳤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성명에서 "캐나다 데이는 아직 축하의 날이 아니"라며 "역사적 실패를 돌아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지시간 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민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현지시간 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민들이 거리 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런 가운데 퍼스트 네이션스, 메티스, 이누이트 등 캐나다의 3대 원주민 단체 대표자들은 오는 12월 바티칸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직 유해 발견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진 않았는데요. 원주민 단체들은 가톨릭 최고지도자인 교황이 직접 캐나다를 방문해 사과하도록 설득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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