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①편에서 계속-MBC '무한도전'은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아요. '무한도전'은 어떤 의미였나요."당시에도 '인생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늘 가졌고 ''무한도전'이 끝나면 다른 버라이어티를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종영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저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 프로그램이에요. 처음 시작 당시 방송국 고위 관계자가 '10년 해보자'라고 했는데 무슨 소린가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그 많은 사랑을 받았죠."
-김태호 MBC PD와 함께 동반 성장을 했네요."신선한 자극을 정말 많이 준 제작자 중 한 명이에요. '무한도전' 많은 에피소드 중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편은 진짜 신선했어요. 시작하자마자 '이거 진짜 뭐야?'란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몰입도가 장난 아니었거든요. 끝나고 나서도 이게 뭔가 싶었어요."
-'무한도전' 초창기 때는 유약한 캐릭터였다가 요즘은 짜증도 내고 화도 내는 캐릭터로 변했어요. "'무한도전'을 할 때는 상황상 제가 진행을 하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되니 정리를 할 사람이 필요해 그 역할을 했어요. 프로야구팀에 홈런 타자만 있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잖아요. 결국은 유기적으로 맞아야 팀이 이기고 프로그램이 잘 되는 거죠. 무언가를 맡겠다고 하지는 않지만, 팀 내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다면 그걸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상황에 맞출 뿐이지 어떤 걸 의도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최고의 조합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만듦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무한상사' 세계관 확장 시도가 참 좋았어요. 다른 아이템들도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나요. "무한대의 확장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출연진이 유기적으로 들고날 수 있는 자유로운 프로그램을 꿈꾸고 있어요. '무한도전'에서 포맷만 자유로웠지 출연자까지는 그럴 수 없었잖아요. 물론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방향으로, 저 없이도 이 프로그램이 계속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신하균 씨와 '유퀴즈'에서 재회한 모습이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하균이는 대학교 후배였어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하균이를 처음 보고 '하균이가 영화를 하네' 그랬는데 '런닝맨'에서 잠깐 보고 그 이후 따로 본 적이나 말을 나눠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백상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인사를 나눴죠. 그 얘길 '유퀴즈' 제작진에게 했더니 하균이를 섭외해보겠다고 하는 거예요. 실제로 섭외가 될 줄은 몰랐어요. 말이 많지는 않거든요. 학교 다닐 때도 진중하고 조용한 친구였어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친구죠."
-'유퀴즈' 출연자를 섭외할 때 의견을 내지 않나요. "물론 저나 (조)세호나 '이분 섭외하면 어떨 것 같다'라는 톤 정도로 말한 적은 있죠. 근데 제 생각이 제작진에게 '이것을 해라'라고 전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합의된 결론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제작진이 하는 거예요. 고민이 있을 때 함께 고민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얘기하고 그러는 거죠. 각자의 포지션에서 해야 할 업무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거쳐온 프로그램 중 다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요. "그런 건 딱히 없고 다만 뭔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혼자 한다는 것이 '놀면 뭐하니?'의 아이덴티티나 콘셉트가 됐는데 사실 프로그램을 혼자 계속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혼자 할 때 분량과 웃음을 뽑아내는 건 한정적이거든요. 매주 일정 수준의 재미를 줄 수 있는 방송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혼자 계속 간다는 건 힘든 일이기에 뭔가 다른 방향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어요."
-'놀면 뭐하니?'로 또 한 번 틀을 깼다는 평가를 들어요."앞에 있는 일을 한 게 전부예요. 처음에 '무한도전'이 끝나고 '놀면 뭐하니?'가 자리 잡기까지 위기라고 느껴질 순 있지만, 하루하루 재미있는 걸 하기 위해 노력한 거예요. 좋은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나요."
-MSG워너비가 이번에도 차트를 올킬했어요. 하지만 이런 현상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어요.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요즘 정말 멋지고 세련된 음악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음악이 듣고 싶은데?' 그럴 때가 있어요. 그걸 '놀면 뭐하니?'에서 다루는 것이고 그 부분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는 거죠.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지만 엄청난 돈을 투입해서 새로운 음악을 내놨는데 많은 분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면 허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떻게 구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담은 아이템이 다뤄질 수도 있지 않겠나 싶어요. 조금만 더 지켜봐 주세요."
-KBS 2TV '컴백홈'은 좋지 않은 성적으로 끝났어요."제작진을 믿었고 그 믿음엔 변함이 없어요.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은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또 하나가 배움이었어요."
-tvN '식스센스2'는 첫방송이 됐고요."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제 캐릭터가 있어 재미있어요. 색다른 경험이고요."
-SBS '런닝맨'에선 이광수 씨가 하차했어요."시청자분들이 헛헛함을 크게 느낄 거 같아요. 녹화하면서 계속 광수 얘기를 하고 있어요. 한 번에 빈자리를 채울 수 없잖아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하는 것까진 열심히 하자고 파이팅을 하죠."
-한때 '유재석 위기론'도 있었어요."시청률에 의해 일희일비하는 직업은 맞지만, 너무 시류를 몰라도, 혹은 너무 휩쓸려도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사람인지라 (그런 말을 듣고) 속상했지만 크게 흔들리진 않았어요. 남들이 다하는 걸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유행을 이끈다는 의미는 아니고, 남들이 다 했기에 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트렌드와 타협하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지만 거기서 끝나는 거 같아요. 승부수를 던져야 흥망이 있죠."
-망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나요."솔직히 개인적으론 없어요. 망하는 걸 두려워하진 않아요. 다만 망하면 많은 사람이 힘들어지니 그게 어렵죠. 애초 두려움이 없던 건 아닌데 일을 해보다 보니 차츰 사라지더라고요. 결국 끌리는 걸 하고 진행하는 게 맞다고 봐요."
-30년 전 유재석은 지금을 예상했나요."전혀요. 단 요만큼도 예상하지 못했죠. 시작 당시 너무 큰 좌절을 겪고 그냥 학교에 다니려고 했어요. 방송국에 안 갔어요. 그때 (박)수홍이형 (김)용만이형이 찾아왔고 '재능이 있으니 같이 하자'고 했어요."
-지금 시점에서 30년 뒤를 예상해 보자면요."계획을 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때까지 방송하고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동료들과 그런 얘기 해요. 나이 들면 자주 모여 놀러 다니자고 했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정말 다양한 도전을 해왔잖아요. "진짜 어떤 새로운 분야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었어요. 능력도 없고 그런 쪽에 관심도 없어요. 하지만 한 주 한 주 방송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 보면 일종의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 일 수 있어요. 물론 책임감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지만 그런 책임감이 아니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 같아요."
-혹시 의외의 재능을 발견한 분야가 있나요."무언가를 하면서 '이거 정말 잘 맞는다' 이런 게 없었어요. 그냥 한 주 방송을 위해서 하는 거죠. 예전에 KBS 2TV '출발 드림팀' 촬영으로 뉴질랜드에 간 적이 있어요. 125m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섭네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아파트 난관도 잘 못 다가가는데 이걸 안 뛰면 방송 나갈 게 없잖아요. 그래서 너무 무섭지만 뛰었어요. 방송에서 번지점프를 정말 많이 했는데 단 한 번도 적응이 됐다, 괜찮다는 생각으로 뛰어본 적 없어요. 귓전에 들리던 바람 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심지어 겨울이었거든요."
김진석 엔터뉴스팀 기자 kim.jinseok1@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