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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별은 내가 정한다"…'성별 변경법' 내놓은 스페인 정부

입력 2021-06-30 18:20 수정 2021-06-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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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입니다.
공문서에도 그렇게 기록해주세요."

스페인에서는 머지않아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현지시간 29일, 스페인 정부가 공문서에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법의 초안을 승인했습니다.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호르몬 치료 등의 의료적 증명 없이도 가능합니다. 다만 14~16세는 가족 구성원 등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16세 이상은 어떤 제한도 받지 않습니다. 초안대로라면, 성별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고 최종 승인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스페인 청소년들이 현지시간 28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성소수자(LGBT) 프라이드 행진에 참여해 권리 행사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스페인 청소년들이 현지시간 28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성소수자(LGBT) 프라이드 행진에 참여해 권리 행사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페인 양성평등 장관인 이레네 몬티로( Irene Montero)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큰 진전"이라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스페인은 'self-identification'(스스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가장 큰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아직 초안일 뿐입니다. 공청회를 거친 뒤, 표결로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스페인은 사회당과 포데모스(Podemos), 좌파연합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반대쪽인 보수, 극우 정당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집권을 위해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소수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도 LGBT와 관련해 의미 있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나 여성 동성 커플도 인공수정이나 체외 수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이전엔 이성 커플만 불임 시술이 가능했죠.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데는 거의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보수 성향 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프랑스는 43세 미만 여성의 불임 치료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진통이 더 컸습니다.

국내에선 성별을 정정하려면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지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 동성 커플의 불임 시술은 어떨까요? 법적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실제 병원에서 법률적인 혼인 관계에만 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용까지 내주겠다는 프랑스의 새 법안과는 차이가 큽니다.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 마련된 이 두 법안은 이후 유럽 내,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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