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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권 도전은 영화같은 얘기" 보도에 열 올리는 일본

입력 2021-06-30 18:14 수정 2021-06-30 20:00

일본 주요 언론, 윤석열 기자회견 보도
대립 관계인 한국의 정권교체에 촉각
"문 대통령 싫어하는 사람 많아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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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언론, 윤석열 기자회견 보도
대립 관계인 한국의 정권교체에 촉각
"문 대통령 싫어하는 사람 많아서 관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을 전한 일본의 조간신문. '반문(反文) 정권'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 눈에 띈다. 윤설영 특파원.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선언을 전한 일본의 조간신문. '반문(反文) 정권'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 눈에 띈다. 윤설영 특파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선거 출마 기자회견에 일본 언론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30일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은 윤 전 총장의 출마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최대 부수를 발간하는 요미우리 신문은 2면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어 국제면에 해설 기사까지 실을 정도였습니다. 지상파 TV의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도 윤 전 총장의 출마 소식을 10분 넘게 다루기도 했습니다. 29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도 일본 언론들이 대거 몰렸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왜 윤 전 총장의 출마에 이렇게 큰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 전 검찰총장 출마, 일본선 '사건'

아사히·마이니치 신문은 “한국의 전 검찰총장, 대선 출마 표명”이라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아사히 신문은 “윤씨는 검찰총장 당시, 뇌물죄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장관 등 문 대통령의 측근 수사를 진행했고, 문 대통령의 과감한 검찰개혁에 저항했다”며 윤 전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32.3%의 높은 지지율을 얻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일본에선 이렇게 정치인이 아닌 법조인·외교관·언론인 등이 갑자기 유력한 대권 후보가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직전 검찰총장이 유력한 대권후보가 된 사건은 “영화 같은 얘기”(전직 중앙일간지 정치부장)입니다.

의원 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일본은, 직접 투표가 아닌 다수당의 총재가 총리가 됩니다. 간접투표인 셈입니다. 국민 여론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다고 해서 총리가 되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고노 다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차기 총리 후보 1위로 뽑히지만, 실제로 이들이 총리가 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여론의 지지보다 당 내 지지를 얼마다 끌어모으냐가 총리직 등극의 관건이 되는 겁니다.

■ '문 정권과 대립'한 이력 강조

“문 정권과 대결 선명”, “'반문 정권' 전면에”. 요미우리 신문과 도쿄신문의 제목입니다. '반문(反文)'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띕니다.

문재인 정권 내내 일본과는 대립을 거듭해왔던만큼, 일본에선 한국의 정권 교체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당선 소식을 접하면서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선 한국의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한일관계에 있어서 협력하기 좋은 환경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현 정권에서 파기될 위기에 놓였던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GSOMIA), 한일 위안부 합의는 모두 보수 정권에서 체결된 것이었죠. 아이카와라즈(相?わらず, 변하지 않는다는 뜻), 즉 '안정'을 선호하는 일본 정치권에서 볼 때, 현 문재인 정권은 불안 요소로 받아들여졌습니다.

30일 일본 TV아사히의 오전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표명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30일 일본 TV아사히의 오전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표명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유력 일간지의 한 기자는 일본에서 윤 전 총장의 출마 소식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초 요미우리 신문과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일본인 응답자는 겨우 8% 뿐이었습니다. “신뢰 할 수 없다”는 답변이 80%나 된다는 건 일본에서 문 대통령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 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수치이기도 합니다.

■ '한일관계 인식'은 공통의 관심사
윤 전 총장의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은 일본 언론들의 공통적 관심사였습니다. 전날 기자회견장에서 한일관계를 묻는 질문을 한 것도 일본 NHK의 기자였지요.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윤 전 총장이 한일관계 개선의 타개책으로 언급한 '그랜드 바겐'이라는 표현을 “과거 대북교섭에서 사용한 일괄타결방식을 의미하는 표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한일관계가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소식통은 “한국에선 친일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결국은 반일로 돌아서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도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 역시 문 정권 비판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의 지도자가 바뀌는 문제는 이웃나라인 일본으로선 중요한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언론도 스가 총리의 취임이나 아베 정권의 내각 지지율, 아베 당시 총리의 건강 문제 등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했으니 말입니다. 다만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에는 우려와 기대가 섞여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7월 1일) 은 여론조사 2위, 여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출마 선언이 있습니다. 이 지사를 보는 일본의 시선은 좀 더 복잡합니다. 이 지사의 출마 소식은 일본 언론들이 어떻게 전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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