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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서 '세종의 꿈' 담긴 한글 금속활자 무더기로 나왔다

입력 2021-06-29 11:16 수정 2021-06-2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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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금속활자 〈사진-문화재청〉한글 금속활자 〈사진-문화재청〉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복판에서 세종 시대의 과학기술이 담긴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오늘(29일) 문화재청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은 서울 공평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에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과 세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천문시계 등 다양한 금속유물을 발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출토된 유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금속활자입니다. 한자 활자 1000여 점과 한글 활자 600여 점이 나왔습니다. 조선 전기의 다양한 활자가 이렇게 한 장소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글 금속활자 〈사진-문화재청〉한글 금속활자 〈사진-문화재청〉
특히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된 점이 의미가 큽니다. 15세기 중반에 한정적으로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활자입니다. 또 한문 사이에 어조사 역할로 자주 쓰이는 연주활자 10여 점도 출토됐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금속활자들은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장 이른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 '을해자(1455년)'보다 약 20년 이른 시기인 세종 '갑인자(1434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진왜란 이전에 제작한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한글 활자 약 30점만 현존한다고 알려졌는데 이보다 빨리 만들어진 조선 전기 활자가 이번에 발굴된 겁니다.

 
물시계 주전 〈사진-문화재청〉물시계 주전 〈사진-문화재청〉
이 외에도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금속 제품이 나왔습니다. 세종 때 만든 옥루, 혹은 중종 때 새로 설치한 보루각의 자격루로 추정됩니다.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조선시대 자동 물시계의 주전 실체가 처음 확인된 것입니다.

 
일정성시의 〈사진-문화재청〉일정성시의 〈사진-문화재청〉
또한 주·야간 천문시계인 일정성시의의 주요 부품들도 출토됐습니다. 일정성시의는 낮에는 해시계로 사용되고 밤에는 해를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해 별자리를 통해 시간을 가늠한 도구입니다. 발견된 부품들은 시계 바퀴 윗면의 세 고리로 보입니다.

 
승자총통 〈사진-문화재청〉승자총통 〈사진-문화재청〉
중종~선조 때 만들어진 총통(銃筒)류 8점, 동종(銅鐘) 1점도 발견됐습니다. 총통은 총구에 화약과 철환을 장전하고 손으로 불씨를 점화해 발사하는 무기입니다. 동종은 일정성시의 아랫부분에서 작은 파편으로 나뉘어 출토됐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은 총통에 새겨진 제작 연도로 미뤄 볼 때 1588년 이후 묻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1차 정리만 마친 상태로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해 보관 중입니다.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와 분석과정을 거치면 조선 시대 전기와 세종 연간의 과학기술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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