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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윤석열 타격이 이익?"…홍준표 "비겁한 정치 안해"

입력 2021-06-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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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홍준표 의원의 윤석열 때리기를 제지하고 나섰습니다. 여권의 이간계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같은 당내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은 자제하고 있죠. 이준석 대표도 오늘(28일) 홍 의원을 겨냥해 당밖 주자에 대한 비판은 삼가달라고 권고했죠. 박준우 마커가 관련 소식 전해드립니다.

[기자]

'The enemy of my enemy is my friend',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뜻의 옛말입니다. 2차세계대전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요.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에 맞서 미국과 영국이 동맹의 대상으로 삼은 국가는 바로 소련이었습니다.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스탈린의 소련과는 노선이 전혀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히틀러의 위협 앞에 루즈벨트와 처칠, 그리고 스탈린은 손을 잡았죠. 요새 민주당의 전략도 이와 비슷합니다. 용적우아(用敵于我), '적'을 물리치기 위해 '적의 적'을 이용하는 건데요.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이 생각하는 최대의 적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죠. 그렇다면 민주당이 생각하는 윤 전 총장의 천적은 누굴까요? 바로 최근 복당한 홍준표 의원입니다. 민주당은 홍 의원을 이용해 윤 전 총장을 잡을 생각인 듯합니다. 연일 홍준표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최택용/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진짜 국민의힘 후보가 한 분 등장하신 거죠? (진짜 국민의힘 후보요?) 홍준표 전 대표께서는 스스로가 국민의힘 맏아들이라고 이야기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측면에서 좀 정상화되는 느낌이고요. 앞으로 우리 최재형, 윤석열, 이런 분은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주자들에 의해서 많은 공격을, 흠집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공격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요.]

홍준표야말로 진짜 국민의힘 후보라고 치켜세운 건데요. 홍 의원이 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겠죠. 실제로 홍 의원은 민주당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힘 복당 이후 줄곧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25일) : 신상품을 찾아 배송이 되면 집에서 다 훑어보고 직접 보고 흠집이 있으면 반품을 하잖아요. '이거는 흠이 있어서 안 되겠다' 그러면 반품을 하는 거예요. 그게 소위 국민적 검증 과정입니다.]

홍 의원, 일단 1등 주자인 윤 전 총장을 잡아야 돌아온 맏아들로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요. 이런 홍 의원의 언행이 영 탐탁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홍 의원과 마찬가지로 야당의 잠룡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입니다. 홍 의원이 민주당의 장단에 맞춰 칼춤을 추고 있다고 봤는데요. 민주당의 속셈에 놀아나선 안 된다고 홍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원희룡/ (음성대역) : 홍준표 의원도 보수의 맏아들이라면 송대표와 여권의 이간계에 맞서 함께 싸워야합니다. 사찰 비판은 하지 않고 검증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권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입니다. 윤석열이 타격을 입으면 자신한테 이익이 온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개인이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팀은 죽습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석열 X파일 내용은 홍 의원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었죠. 원 지사는 송 대표의 해당 발언은 이간계라고 지적했는데요. 윤석열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사이를 갈라놓고 야권의 분열을 꾀하려는 목적이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원 지사, 홍 의원에게 피아식별을 잘하라고 쏘아 붙인 셈입니다.

국민의힘 내 또 다른 대선 주자죠.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원 지사와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옹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섣부른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유승민/전 의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X파일이라는 게 제가 그 내용도 전혀 모르고, 사실 뭐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본인이 제일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 그 내용이 나온 것도 아닌 상태니까 윤 총장께서 잘 알아서 대처하시리라고 봅니다.]

윤 전 총장을 잠재적 아군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원 지사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홍 의원에게 더 비판적입니다.

[유승민/전 의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홍 대표님이 맏아들이란 표현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누가 홍준표 전 대표한테 맏아들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표현을 참 좋아하시네요.]

자칭 '맏아들'일 뿐이지 '타칭'은 아니라고 견제구를 던진 건데요. 홍 의원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았겠죠. 피아식별을 못해서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 : 나는 잘못된 것을 보고는 피아를 막론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고 한순간 비난을 받더라도 그 비난이 두려워 움츠리지 않습니다. 이,불리를 따져 가면서 정치하지 않고 바른 길이라고 판단되면 그냥 직진합니다. 정치적 쟁점을 피해 가는 정치는 비겁한 정치입니다.]

적이든 아군이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라는군요. 하지만 앞으로 경우에 따라선 눈감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윤 전 총장이 진짜 아군임을 입증하면 총질을 멈추겠다는 의미일까요.

이런 세 사람의 설왕설래를 보니 저는 문뜩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이들 사이엔 사실 악연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세 사람이 한나라당 지도부에 함께 있을 때인데요.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시작합니다. 그해 7월 홍 의원은 한나라당 당 대표로 선출되는데요. 원 지사와 유 전 의원은 최고위원이었습니다. 둘은 당직 인선 등을 두고 처음부터 홍 대표와 파열음을 냈는데요. 이후 10월 한나라당은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파문에 휩싸이는 등 위기를 맞습니다. 이때 원희룡·유승민 두 사람은 최고위원 자리를 내던지며 홍준표 대표의 사퇴도 함께 요구했습니다.

[원희룡/제주지사 (2011년 12월 7일) : 10분 전까지 상황은 홍준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더한 말도 하고 싶지만 제가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됩니다. 그걸 이제야 깨닫습니까? 홍 대표님한테 이야기를 전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마는 지금 당이 처한 상황이나 당을 이끌어 가시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보였던 부분에 대해서 저도 실망을 했고 그래서 따로 말씀 안 드렸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동반 사퇴로 '홍준표 대표 체제'의 붕괴는 가속화됐습니다. 버티던 홍 대표도 이후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죠.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2011년 12월 9일) :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저의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저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10년 전 그 때 그 사람들이 돌고 돌아 경쟁자로 다시 만나게 됐는데요. 마치 데자뷰 같아서 정회원 분들께 한 번 소개해드려봤습니다.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재로 돌아오면요. 이준석 대표는 슬그머니 원희룡·유승민 콤비의 손을 들어준 듯합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 당 안에 계시는 잠재 후보군은 당 밖에 있는 범야권 후보군이 함께할 수 있도록 우려 섞인 비판의 메시지는 잠시 자제하실 것을 권하겠습니다.]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발언일 텐데요.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입니다. 글쎄요. 이 대표의 권고가 먹힐지는 한 번 두고 봐야겠죠. 자, 발제를 열심히 보신 정회원분들이라면 오늘 '줌 인'이 선정한 인물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매번 서두에 공개했지만 오늘은 왠지 마지막에 공개하고 싶더라고요.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세 사람이었는데요. 앞으로 이들이 당내 경선에 어떤 경쟁을 펼칠지도 잘 챙겨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원희룡-홍준표, '윤석열 피아식별' 두고 설전…유승민 "홍준표가 맏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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