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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마을 곳곳에 한국식 도로명 '가평', 왜?

입력 2021-06-25 14:16 수정 2021-06-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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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곳곳에 있는 가평(KAPYONG) 길. [사진=크리스찬리뷰 캡처]호주 곳곳에 있는 가평(KAPYONG) 길. [사진=크리스찬리뷰 캡처]

시드니, 캔버라, 브리즈번, 퍼스….

'가평(KAPYONG)'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 길이나 공간이 있는 호주의 도시들입니다. 왜 호주의 길에 한국 지명이 붙은 것일까.

이게 유독 궁금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호주 교민으로 그곳에서 잡지 크리스찬리뷰를 만드는 권순형 씨입니다.

그는 여러 교민의 도움을 받아 호주 지역 내 '가평'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을 9곳 찾아냈습니다. 해당 길의 사진도 찍고 왜 그런 이름이 붙게 된 건지 직접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는 JTBC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호주 벨로즈에 가평 길(Kapyong Street)이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저희 집에서 승용차로 40여 분 거리거든요. 지난 5월 찾아가 보았습니다."

두 눈으로 길 이름을 직접 확인한 그는 그런 이름이 붙은 곳이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여러 곳을 찾았는데,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이나 공공기관 관계자조차 자신이 오가는 길에 '가평'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도 권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평 길은 분명히 한국전에 참전했던 호주 군인들이 붙인 이름일 겁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돌아와서 가평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죠."

그가 이토록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호주의 한국전 참전 군인들에게는 '가평'이란 '가평전투'를 떠올리게 하는 의미있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호주 용사들 모습. [시드니 한국문화원 자료 캡처]한국전쟁에 참전한 호주 용사들 모습. [시드니 한국문화원 자료 캡처]

가평전투는 1951년 4월 23일, 경기도 가평에서 호주군이 포함된 영국 연방군이 3일 동안 벌인 전투입니다. 5배나 많은 중공군의 인해전술 공세를 막아 서울 진출을 저지한 위대한 전투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호주는 1만7000명을 6.25 전쟁에 파병해 1216명이 부상을 입고 340명이 전사했습니다. 2019년 12월 기준 호주에는 평균 89.5세, 2500명의 6.25 참전용사가 생존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권 씨는 "호주에 살면서 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났다"며 90세의 호주 공군 참전용사 레이 시버를 소개했습니다. 시버는 권 씨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참전하는 기간 동안 동료 중 6명이 작전을 수행하다 전사했다"며 "특히 동료 피터는 출격을 나갔다가 원산 근처에서 적에게 격추되었는데, 시체를 찾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버는 "제 젊은 날 한국을 위해 싸웠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처=국가보훈처] [출처=국가보훈처]

권 씨는 "호주의 많은 젊은이들은 전혀 관계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은둔의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 한국을 구했다"며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벌써 71주년이나 되었고 한국전에 참전한 그들의 나이가 평균 90세를 넘어서지만 한국인들은 한국전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영원히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가평 길에 대한 사항은 계속 취재해 내년 6.25 전까지는 취재를 끝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호주에 있는 '가평 길'들과 관련, 가평군 관계자는 JTBC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도 그런 이름이 붙은 과정이 궁금해서 알아보려 했으나 호주는 주마다 정부가 따로 있고 해서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참전용사들의 요구로 그런 이름을 붙이게 된 건지, 아니면 주 정부가 나서서 참전용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붙인 건지 정확히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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