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요. 아침에 가서 일 못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들어오려고요.]
[앵커]
한 건설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40대 노동자가 숨지기 전날 밤, 동료에게 전화로 남긴 말입니다. 그 다음 날 "그만두겠다"며 회사를 갔다가 15분 만에 나와서 집으로 향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이 15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윤두열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A씨는 힘들 때마다 바로 옆 현장에서 일하는 친한 동료에게 전화했습니다.
[A씨 : 야야, 어이. 나를 도대체 뭐로 생각하는지 그만큼 비참해가지고…]
부당 지시를 당하고 폭언을 들었다고도 토로했습니다.
[A씨 : 파이프 100개를 발로 집어 차면서 이걸 치우래요 저보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요.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 같아요 언니.]
A씨는 손목과 허리가 아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숨지기 전날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며 퇴사하겠다고 했습니다.
[A씨 : 아침에 가서 '일 못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들어오려고요.]
이 이야기를 들은 동료는 노조에 이런 사실을 알렸습니다.
A씨는 다음날 아침 8시쯤 현장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갑자기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양정인/A씨 동료 : 내가 언제 그랬냐고 고함을 지르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게 2차 가해예요.]
A씨는 회사에서 15분 동안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A씨가 남긴 메모에는 가해자들이 발뺌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측에서 가해자들을 면담도 하지 않아 나만 바보된 느낌이었다며, 꼭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남겼습니다.
A씨 유족은 산업재해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A씨가 몸 담았던 건설회사가 취업규칙에 직장내 괴롭힘을 담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