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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만만할 줄 알았더니…시진핑의 '챔피언 기업' 정조준

입력 2021-06-05 08:02

"中 감시기술, 美 안보·경제 위협"
3대 통신업체 포함 59개 기업
행정명령으로 블랙리스트 올려

中, 위기마다 대규모 부양책 결실
코로나 돌파 위해 '뉴SOC' 사활
美 견제 속에서 통할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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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감시기술, 美 안보·경제 위협"
3대 통신업체 포함 59개 기업
행정명령으로 블랙리스트 올려

中, 위기마다 대규모 부양책 결실
코로나 돌파 위해 '뉴SOC' 사활
美 견제 속에서 통할까 시험대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바뀐 게 뭐야?”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조이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순간 압박하는 강도와 그걸 포장하는 기법이 요란하냐 실질적이냐 차이만 있을 뿐 방향은 그대롭니다. 중국 당국은 풍향이 바뀔 수 있다는 상황도 설정하고 대비하고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상극처럼 보였던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렸는데도 대중 압박 노선에 변화가 없다는 데 적잖이 실망했을 겁니다.

3일자 뉴욕타임스(NYT) 보돕니다. 함께 보겠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연계됐거나 인권 탄압에 쓰이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기술을 파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기업이나 미국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행정명령입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미국이 투자나 기술 거래를 금지하는 중국 기업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가 금지됩니다. 이들 기업에 투자한 펀드에 돈을 넣는 것도 안 됩니다.

한 마디로 미국의 안보상 위협이 되는 중국 기업에 돈을 대지 말라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과 기술의 길목마다 체크 포인트를 설치해 검문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트럼프 때보다 늘어난 59개 기업 제재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행정명령에서 48개 중국기업에 대해 투자를 금지한 것보다 한층 강화된 조칩니다. 행정부 교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범정부 차원의 조사와 분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백악관은 “명단을 적절하게 갱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투자금지 기업이 더 추가될 수 있다는 얘기인거죠.

59개 기업들 면면을 보면 민수용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언제든 군수용으로 전환돼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미중 기술전쟁의 상징이 돼버린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인민 감시와 통제의 상징 CCTV 제조업체 항저우 하이크비전,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인 SMIC, 중국 3대 통신업체가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 젠-20의 제조업체인 중국항공공업과 국영 석유업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국영 원자력업체중국핵공업집단(CNNC) 등 기간 산업과 첨단 산업 분야가 망라됐습니다.

블랙리스트엔 시진핑의 '챔피언 기업'


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기술 영역의 챔피언 기업들입니다.

이른바 시진핑의 '뉴 SOC' 정책의 축을 이루는 주전 선수들이죠.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에 직면해 시진핑 정권이 내놓은 돌파 카드입니다.

중국은 세계적 경제 위기가 엄습하면 돌파 카드로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곤 했습니다. 시진핑 이전 정권은 이 승부수가 통했고 현재의 중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결실을 얻었습니다. 이른바 '위기의 역설'입니다.

정부 차원의 반전 스토리에 앞서 2000년 이후 첫 번째 위기의 역설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영 사이드에서 나왔습니다.

사스 때 탄생한 마윈의 전자상거래 기업

2003년 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때였습니다. 베이징에서 매일 수십명씩 쓰러져 나가자 중국 당국은 긴급 소방수를 투입합니다. 왕치산이었죠. 그는 베이징 시장대행으로 긴급 투입돼 한 달 만에 추가 환자 발생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주저 없이 실시된 도시 전면 봉쇄였습니다.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금지하고 발생한 환자를 격리했습니다. 우리보다 17년 전에 베이징은 자택 격리를 경험했던 겁니다. 집안에 발이 묶이면서 인터넷 사용량이 폭증했습니다. 이런 환경 조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기업인이 나옵니다.

알리바바 창업 초기인 2000년 항저우 20평 아파트를 사무실 삼아 회의하는 마윈과 그의 창업멤버들.〈사진=알리바바〉알리바바 창업 초기인 2000년 항저우 20평 아파트를 사무실 삼아 회의하는 마윈과 그의 창업멤버들.〈사진=알리바바〉

마윈입니다.

“사스로 인해 인터넷이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는 이제 전자상거래로 간다.” 마윈의 일성입니다.

마윈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내놨고 대성공했습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10년 후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 상장합니다. 기업공개 규모로는 당시 세계 최대였던 250억 달러. 사스는 인터넷을 키웠고 토양이 갖춰지자 마윈의 알리바바가 뛰어들어 세계 최대 인터넷 생태계로 키운 겁니다.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 세계금융위기 계기로 고속철 강국 발돋움

두 번째는 2009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중국 경제도 휘청이던 때였습니다. 실업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카드는 대규모 부양책. 당시 GDP의 13%인 4조 위안을 쏟아부었습니다. 어디에 가장 많이 쓰였느냐, 철도 건설이었습니다. 그것도 고속철도였습니다. 4만㎞를 중국 전역에 깔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습니다.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카드는 1990년 후반 IMF 위기 직후 써서 다시 꺼낼 수 없는 카드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고속철도였는데요. 당시 중국의 고속철 건설 역량은 2008년 봄 개통한 베이징~텐진 노선, 달랑 137㎞가 다였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급히 개통한 터라 고속철 이름에 걸맞은 제 속도를 다 못내 그 거리를 달리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리곤 했습니다. 플랫폼에 내리면서 '이걸 고속철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러니 이 나라의 역량을 뛰어넘는 목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현재 중국의 고속철 전장은 3만5000㎞를 넘습니다. 전 세계 고속철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깔렸습니다. 대륙의 부양책은 이 정도 규몹니다. 금융위기 돌파책으로 나온 부양책은 중국을 고속철 대국이자 강국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위기의 역설 아닌가요. 사스 위기가 인터넷 왕국으로 부상시켰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고속철 차이나를 탄생시켰습니다.

자, 이제 세 번째 코로나 위깁니다.

그런데 이미 도로·철도·항만·지하철·공항 같은 큰 돈 들어가는 SOC 건설은 할 만큼 했습니다. 사각지대가 일부 있겠지만, 천문학적인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 경기를 되돌리는 '화력전'의 대상이 아닙니다. 어디일까요.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코로나 돌파 카드는 4차산업 기반 뉴SOC



뉴 SOC 후보는 제조업 인프라였습니다. 7대 영역으로 나눠 자금 살포가 시작됐습니다. AI·5G·빅데이터·산업인터넷·고속철·신에너지 자동차·특고압 설비입니다. 올해에만 1조2000억 위안(약 200조원)이 투입됩니다.

당국가 체제인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앞장 서 방향과 노선을 정하면 국가기구(정부)가 뒤따르고 그 뒤를 이어 지방정부가 나섰습니다. 중앙·지방 정부 소유의 국유기업이 다시 흐름을 만들면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거대 민영기업이 행렬을 이루고 연구기관과 대학이 후위를 맡습니다. 전형적인 기러기 대열입니다.

〈사진=바이두백과 캡처〉〈사진=바이두백과 캡처〉

목표점 하나가 정해지면 꼭지점부터 저 멀리 아랫변까지 일사분란하게 자원과 인력을 집중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모아지고 상승하며 어느 선까지 도달하면 폭발합니다. 위기의 역설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2003년, 2009년 위기와 현재의 상황이 판이하다는 겁니다. 전제 조건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그때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 세계 경제 성장의 플레이어로 인정받던 때였습니다.

지금은요?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똘똘한 기술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고 미국 기업도 중국이 아닌 한국·일본·대만·호주의 제품과 자원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팽창하면서 미국이 설정한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그래픽=중앙일보〉중국 경제가 팽창하면서 미국이 설정한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 〈그래픽=중앙일보〉

다시 바이든의 블랙리스트 얘기로 돌아가겠습니다. 트럼프 때보다 늘어난 바이든의 제재 리스트. 어떻습니까.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기업군과 시진핑의 뉴SCO 기업군이 겹치지 않나요.

바이든의 칼날은 시진핑의 뉴SOC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위기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던 중국의 부양책. 그리고 반전 드라마. 미국이 제대로 막고 조이고 견제하는 2021년 '미중 신냉전' 상황은 위기의 역설을 시험대에 올려놓습니다.

"진짜 실력을 보여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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