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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독도 도발'은 모른 척…박종우, 왜 IOC가 불공평하다 했나

입력 2021-06-03 16:12 수정 2021-06-04 15:52

"죄인 취급…시상식도 가장 먼 곳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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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취급…시상식도 가장 먼 곳서 봤다"

박종우가 2012년 런던올림픽 한일전을 마치고 동메달을 따낸 뒤 '독도는 우리땅'이라 써진 응원용품을 들고 달리고 있다.박종우가 2012년 런던올림픽 한일전을 마치고 동메달을 따낸 뒤 '독도는 우리땅'이라 써진 응원용품을 들고 달리고 있다.

박종우는 왜 “IOC가 불공평하다” 했나.

박종우(32·부산)는 재활 중이었다. 왼쪽 무릎 바깥쪽 인대가 거의 파열되다시피 해서 지난 3월 수술을 받았던 터다. 부상으로 잠시 잊힌 듯했지만, 최근 들어 박종우는 뜻하지 않게 다시 소환되고 있다.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박종우는 회피하지 않았다. “솔직히 제 얘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원하지 않아도 올림픽을 준비하면 제 이야기는 항상 나온다”고 했다.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니까, 제가 한 행동이고 그것에 대해선 제가 답을 드려야 되는 게 맞는데, 뭔가 딱 깨끗한 대답을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9년이 흘러도 그에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으니.

관련기사'일본 도발엔 '모르쇠'…'독도 세리머니' 박종우 "난 죄인 취급, IOC 불공평"'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8068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상대는 일본이었다. 한국은 박주영 구자철 골로 2대0으로 이겼다. 완승이었다. 일본을 잠재우고 따낸 첫 올림픽 메달,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었다. 박종우도 그랬다. 환호의 순간, 그라운드에서 축구 팬의 응원 도구를 펼쳐 들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 적힌 종이 한장이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일본의 문제 제기로 IOC는 곧장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시상식 불참경기장 꼭대기, 가장 먼 곳에서 봐라


박종우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일본전이 끝난 다음 날, 결승전 후 열리는 시상식을 위해 웸블리 구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IOC 직원이 오더니 오늘은 시상식에 불참해야 한다, 축구팀 전원의 메달이 박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완전 충격을 받았죠. 저를 경호원 두 명이 와서 끌고 옥상으로 가더라고요. 스타디움 맨 꼭대기에 올라가서, 경호원 둘 사이에 앉아서 그 시상식 다 끝날 때까지 있다가 내려왔어요.

시상식에 못 서는 것도 충격이었지만 박종우를 경기장 맨 꼭대기로 데려간 이유도 너무 아팠다.

“시상식이 열리는 곳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의 뭐, 죄인 취급을 받았죠. 죽을 때까지 생각나지 않을까요.”

그것 뿐이었을까. 시상식이 끝나고서도 박종우에게 가해진 제재는 너무 잔인했다. 모든 올림픽 축하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IOC의 지침 속에 귀국길 역시 취재진을 피해 몰래 공항을 빠져나가야 했다. 이후 이어진 공식적인 모임에도 나갈 수 없었다. 가장 축하받아야 할 시간을 박종우는 도망 다니듯 해야 했다.

그리고 올림픽 메달을 받지 못하다 그해 12월, 뒤늦게 메달을 받았다. 당시 행위가 우발적이었음을 내세우며 스위스에서 열린 스포츠중재재판소를 거친 끝에 얻어낸,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IOC는 당시 올림픽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시했다며, 그 행위가 돌발적으로 일어났다가 해명해도 엄격하게 책임을 물었다.

적반하장 일본 향해 "IOC, 관대하고 불공평하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에서 이어지는 일본의 행위에 대해선 다르다. 박종우는 그 부분을 지적했다.

도쿄 조직위가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한 것부터가 문제였고, 이런 잘못된 정치적 주장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모른 척하는 것도 문제였다.

 
〈사진=서경덕 교수 SNS〉〈사진=서경덕 교수 SNS〉

“IOC에서 너무 관대하게 그래 버리니까. 공평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했을 때 그러한 제재를 받은 입장에서는. 지금 일어난 이 일에 대해서는 왜? 의아한 부분은 있죠.”

일본과 IOC가 평창 올림픽 당시 한반도기에 독도가 그려지는 것을 반대했던 것도 알고 있었다.

“평창 올림픽과 이번 건이 도대체 뭐가 다른 건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왜 우리는 (독도 삭제를) 해야 하고 그쪽은 (독도 삭제를) 하지 말아야 하지.”

박종우가 던진 메시지"공정·공평을 정의해달라"

박종우는 누구의 편이 아닌, 상식을 얘기했을 뿐이다. 정당한 룰을 언급했다. 스포츠가 그 가치를 입증하는 건 공평한 규칙 아래서 공정한 경쟁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일 텐데, 그런 본질이 사라졌다는 문제 제기였다. 특히 올림픽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IOC의 대처를 아프게 꼬집었다. 계획적으로 독도를 영토로 끼워 넣는 일본의 행위에 아무 말도 못 하는 IOC가 과연 올림픽 정신을 잊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가. 그것을 묻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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