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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 있었는데"…미군 고심케한 공사담합, 檢 밝혀냈다

입력 2021-06-0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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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 중인 주한미군 관계자들의 모습. [연합뉴스]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 중인 주한미군 관계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의혹만 있었는데…기꺼이 협조하겠다"

서울동부지검이 올해 초 국내 건설사의 주한미군 공사 입찰 담합 사건을 수사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하자 미군 육군범죄사령부(CID)에서 전한 말입니다.

실제 검찰은 CID의 협조를 받아 지난 2일 439억원가량의 23개 주한미군 공사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국내 7개 건설사와 각 건설사의 실무 책임자 7명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경찰 무혐의 송치, 檢 담합 확인해 추가 수사
미군 발주 공사의 국내 건설사 담합이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사 담합의 경우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혐의를 밝히기 어려워 고난도 수사로 불립니다. 미군 측에서 "의혹만 있었는데"라는 말을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주한 미군기지의 모습. 사진은 이번 사건과 상관 없음. [연합뉴스]주한 미군기지의 모습. 사진은 이번 사건과 상관 없음. [연합뉴스]
특히 이번 사건이 의미 있는 건 묻혀버릴 뻔했던 사건이란 점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수사의 시작은 '공사 담합'이 아니었습니다. 담합 혐의로 기소된 A 건설사는 2019년 하청업체로부터 허위 계약과 밀린 공사비 등으로 고소를 당합니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혐의에 대해 수사한 뒤 검찰에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합니다. 검찰이 경찰의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면 조용히 끝났을 사건입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에서 추가 고소인 조사와 A 회사의 관련 자료를 확인하며 7개 건설사의 담합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고소장에 접수된 범죄 혐의와는 다른 혐의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겁니다.

국내 7개의 건설사가 23개의 미군 발주 공사를 담합해 따냈다는 혐의의 보도자료 중 일부. [서울동부지검 제공]국내 7개의 건설사가 23개의 미군 발주 공사를 담합해 따냈다는 혐의의 보도자료 중 일부. [서울동부지검 제공]
◆2년 5개월간 23개 공사 순번대로 따내
검찰은 미군 공사의 입찰자격을 따낸 7개 건설사가 사전에 모여 낙찰 순번까지 정한 뒤 2년 5개월간 23개의 공사를 나눠 먹은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각 회사는 자신의 순번에 따라 서로 모의한 가격을 제출하며 2~4회씩 공사를 순서대로 따냈습니다. 각 공사비 규모는 최소 36억원~101억원에 달했습니다. 검찰의 밤샘 수사가 시작된 계기입니다.

검찰은 7개 회사를 압수수색 했고 각 회사의 책임 실무자들을 건설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미군 발주 공사에서 국내 건설사의 담합이 실제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의혹만 있었던 미군의 답답함을 한국 검찰이 풀어줬다는 말도 나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외국 발주 공사에서도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수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군에 통보할 예정"이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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