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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자녀 셋 낳고 벌금 13억원…中 '국민감독' 장이머우, 8년만에 '무죄'

입력 2021-06-02 11:32 수정 2021-06-22 14:11

'붉은수수밭' '영웅' 거장 부부, 홍콩서 출산
한자녀 정책 어겨 공개 사과하고 벌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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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수밭' '영웅' 거장 부부, 홍콩서 출산
한자녀 정책 어겨 공개 사과하고 벌금 내

세 자녀 허용으로 중국의 산아정책이 완화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먼저 떠오른 예전 뉴스가 있었습니다.

헤드라인이 이랬습니다.

'중국, 한자녀 정책 어긴 장예모 13억원 벌금 부과.'

2014년 가을 즈음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두 자녀도 아닌 한 자녀 정책이 완고하게 가정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부모가 각각 한 자녀일 경우에만 두 자녀를 둘 수 있도록 고삐를 조금 풀었을 따름이었습니다.

 
장이머우 감독의 초기작 '홍등'의 한 장면〈사진=바이두 캡처〉장이머우 감독의 초기작 '홍등'의 한 장면〈사진=바이두 캡처〉

뉴스의 주인공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었습니다. 장이머우는 영화 '홍등' '영웅' '붉은 수수밭'의 감독으로 대륙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독특한 영상미를 인정하는 작가 반열의 거장입니다.

■ '사실혼' 장이머우 부부, 홍콩서 세 자녀 출산

홍콩에 거주하고 있던 장이머우 감독은 본토보다 감시의 눈이 덜한 환경에서 세 자녀를 두게 됐는데 나중에 대중에 알려져 중국 당국에 신고하고 벌금 명목의 계획외 출산비와 사회부양비를 냈다고 합니다. 911만 홍콩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3억원에 달했습니다. 당시 중국 당국의 처분 내용입니다.

“중국 우시 빈후구 인구계획생육위원회는 “장이머우 감독과 부인인 천팅이 세 자녀를 둔 것에 벌금을 부과했으며 이는 부부가 세 자녀를 낳기 직전인 2000년과 2003년, 2005년의 개인소득에 근거한다.”

 
장이머우 감독의 대중작 '영웅'〈사진=바이두 캡처〉장이머우 감독의 대중작 '영웅'〈사진=바이두 캡처〉

장이머우는 이 일로 CCTV에 나와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비중 있게 부인 천팅을 인터뷰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이른바 '웃픈'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아무튼 당시에는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받아들였던 모양입니다.

부인 천팅은 신화통신에 법을 일부러 어기려고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시 인터뷰 중 한 단락입니다.

“우리 부부는 1999년 비혼 상태였다. 아이들은 2001년, 2004년, 2006년 태어났다. 혼인 신고가 2011년 됐다. 아이들은 사실상 비혼 출생인 셈이었다.”

 
 장이머우 가족, 2남1녀 세 자녀 가정이라는 이유로 13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고 관영 CCTV에 나와 공개 사과해야 했다.  〈사진=바이두 캡처〉 장이머우 가족, 2남1녀 세 자녀 가정이라는 이유로 13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고 관영 CCTV에 나와 공개 사과해야 했다. 〈사진=바이두 캡처〉

■ 벌금 내고도 '특권' '반칙' 비난 쇄도

13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지만, 당시 여론은 차가왔습니다. '돈만 내면 되냐. 특권과 반칙 아니냐'는 거지요. 불과 8년 전만 해도 이렇게 중국의 인구 정책과 사회 분위기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만큼 세 자녀 정책 전격 실시는 중국 당국이 얼마나 인구 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4억 인구가 보장했던 끝없이 가능할 것만 같았던 인구 보너스 시대는 이제 황혼입니다.

저임 노동력의 원천이었던 인구 보너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했던 중국의 초고도성장 시대는 원하든 원치 않든 질적 전환의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 中 산업구조 전환 성공 땐 상위 포식자로

인구 절벽 시대에 산업 구조를 저임 노동력이 아닌 자본 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다면 그 순간 우리 경제에는 상위 포식자로 새롭게 등장하게 됩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사활적 이유입니다.

아참, 장이머우 감독의 부인 천팅은 3자녀 허용 정책이 발표되자 마음이 짐을 벗은 듯 지난달 31일 “진작에 임무를 완성했다”고 웨이보에 심회를 털어놓았습니다. 인간 본성조차 계획 속에 넣고 관리해야 하는 숙명, 사회주의 사회가 낳은 희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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