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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둔 멕시코 '정치인 테러'…최소 88명 피살|아침& 세계

입력 2021-06-02 09:06 수정 2021-06-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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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치안 문제가 매우 심각한 중남미 국가죠. 멕시코에서 오는 6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최소 88명의 후보와 정치인이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충격적인 일입니다. 정치 테러가 난무하는 유혈 선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멕시코 중간 선거에 나선 후보가 연설을 하던 도중 갑자기 여러 차례 총성이 울립니다. 놀란 시민들이 달아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멕시코 소도시 코쿨라 시장직에 출마한 에릭 라미레스는 지역 당국과 범죄 조직의 결탁 혐의를 제기했다가 연설 도중 범죄 조직의 총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범죄 조직으로부터 협박도 당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선거 운동 규모를 크게 축소했습니다. 에릭 라미레스 후보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에릭 라미레스/코쿨라 시장 후보자 : 제가 유세를 시작했을 때 갑자기 거리에서 총성이 들렸고 누군가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있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남부 도시 모롤레온 시장직에 출마했던 알마 로사 바라간 후보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그는 유세장으로 이동하던 도중 트럭과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았고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북부 도시 카헤메 시장직에 출마한 아벨 무리에타 후보도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그는 대낮에 대로변에서 선거 유인물을 나눠주다가 10발의 총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멕시코 안보 전문가들은 범죄 조직의 공격을 받은 후보들 대부분이 범죄와의 전쟁을 공약으로 내세웠거나 범죄 조직이 자신들의 이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후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멕시코 안보 전문가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알레한드로 호프/멕시코 안보 전문가 : 겉으로 드러나는 공격이 아니더라도 (협박 등) 매우 교묘하게 개입을 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결과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멕시코 자문 업체 에텔 렉트에 따르면 사전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최소 88명의 후보와 정치인이 피살됐습니다. 범죄 조직의 표적이 돼서 협박 등을 당하고 있는 후보와 정치인도 최소 565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범죄 조직 소탕 보다 장기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취임한 뒤 범죄 조직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선거 후보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셉니다. 그런데 멕시코 정부는 지금까지 파악된 후보자 피살 사건이 14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진상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피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멕시코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 가톨릭대 중남미 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오는 6일로 예정된 멕시코 중간선거가 과연 어떤 선거이길래 범죄조직들이 이렇게까지 개입하고 있는지 먼저 궁금합니다. 오브라도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멕시코는 인구가 1억 2000만이 넘는 연방국가고요. 대통령 취임 3년이 되는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이번에 연방하원의원 500명을 포함해서 주지사, 시장, 지방의회 의원까지 2만 1000여 명을 선출하게 되고요. 현재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이 제1당 지위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습니다마는 지난 선거보다는 의석이 줄어서 하원 과반의석 확보에는 실패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야당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도 치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 현 정부가 부패척결과 범죄자 처벌을 국정운영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집권 후반기 개혁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브라도르 정부에게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 현지 전문가들은 범죄조직들이 자신들의 이권에 도움이 되는 정치세력과 그렇지 않은 정치세력을 나누고요, 정치권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향이 오브라도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더욱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까?

    멕시코 정부는 2006년부터 군대를 동원해서 카르텔 소탕작전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대 조직이 검거를 피해서 지역으로 흩어졌고요. 지역의 이권 확보를 위해서 시장을 범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시장이 카르텔의 뇌물을 거절한다거나 또 반대로 결탁해서 안전을 보장받더라도 경쟁 카르텔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카르텔의 정치인 피살사건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이고요.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치안정책을 실패한 것으로 보고 직접적인 범죄조직 소통이 아니라 빈곤, 부패, 교육문제와 같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했고요. 부패한 연방경찰 대신에 창설했던 국가방위군을 미국으로 가는 중미 불법 이민자 단속과 코로나 방역에 투입하면서 범죄조직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치안이 더욱 악화된 상황입니다.

 
  • 멕시코에서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조차 이렇게 심각한 치안 부재에 노출돼 있다면 말이죠, 서민들의 상황은 더욱 심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멕시코에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이 같은 치안 문제, 해법이 있을까요?

    카르텔과의 전면전도 실패했고 현재 유화정책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빈곤, 일자리, 공무원들의 부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OECD 가입 국가인 멕시코의 최저임금이 우리 돈으로 하루에 8000원 정도고요. 경찰임금도 적어서 공무원이 카르텔과 유착 관계를 맺거나 시민이 카르텔의 조직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사회적인 근본 처방은 필요하고요. 또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마약의 최대 소비국은 미국입니다. 미국으로 가는 마약 유통 이권을 놓고 카르텔 간의 다툼과 민간인 피해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총기로 인한 살인사건이 늘어나고 있고 또 카르텔이 군 수준으로 무장할 수 있는 것도 미국에서 불법으로 무기가 반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과의 치안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오는 6일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할 때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후보자가 살해당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멕시코 현지에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정치 테러의 최대 피해자는 어쩌면 멕시코 민주주의 그 자체일 것"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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