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뜩이나 집을 구하기 어려운 시민들의 전세금을 노린 사기단이 있습니다. 세 모녀가 개입한 걸로 드러나서 더 알려지기도 했는데, 저희가 취재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내용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셋값을 떼먹은 것도 모자라서 세입자가 집을 비우면 곧 경매로 넘어갈 집을 다른 사람에게 월세를 줬습니다. 당시 영상도 확보했습니다. 세 모녀 가운데 엄마는 휴대전화기 4대를 들고 다니면서, 자신이 중개업자라며 이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안태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박씨 자매의 엄마 김모 씨가 올린 월세 매물들입니다.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같습니다.
한 달 치 월세를 미리 내는, 사실상 '보증금 없는 월세'입니다.
매물 '설명'란에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봤습니다.
[김모 씨/박씨 자매의 엄마 : (1년 살 수 있어요?) 1년에서 1년 반. (보증금이 85만원이에요?) 네. (월세도 85만원이고요?) 네. (한 달 월세 미리 내면 되는 건가요?) 네.]
이런 매물들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집주인은 박씨 자매, 공통점은 모두 '임차권등기'가 설정돼 있다는 겁니다.
전세 세입자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집을 비울 때 보증금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쓰는 절차입니다.
통상 이후 경매가 진행되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이 지나야 매각이 완료됩니다.
김씨는 이 기간 동안 집이 빈다는 걸 악용, 월세 수입을 챙기고 있습니다.
실제 매물로 나온 집에 찾아가 봤습니다.
[601호를 호출합니다. 딩동댕~ 딩동댕~]
응답이 없습니다.
우편물도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웃주민은 빈집이라고 말합니다.
[이웃 주민 : (빈집이죠, 601호?) 네, 맞습니다. (언제부터 비어 있었나요?) 저도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이사 온 시점이 대략?) 두 달 정도 됐어요.]
김씨는 전세 보증보험사의 보증금 변제 절차까지 꿰뚫고 사기행각을 벌였습니다.
세입자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 변제를 받고 나간 경우 보험사 측은 집주인에게 집을 비운다는 걸 알리고 있습니다.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 : 출입문 열쇠나 비밀번호를 집주인에게 건네야 세입자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취재진은 최근 이런 빈집을 계약했다는 월세 세입자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무보증 월세 세입자 : (박씨 자매의 엄마 김씨는) 휴대전화 4대 갖고 있더라고요. 중개인이라고 하고 (계약 때) 오긴 했는데 (중개) 수수료도 집주인 계좌로 넣어달라 그러더라고요.]
의심이 들어 집주인과의 관계를 물었지만, 김씨는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말합니다.
[무보증 월세 세입자 : 그 아줌마(계약중개인)는 정보를 아무것도 안 주더라고요. '그럼 계약하지 마'라는 식으로 갑질 느낌으로 계약을…조금이라도 파고들려고 하면 피하더라고요.]
세입자는 당시 몰래 촬영한 김씨의 모습을 취재진에게 보내왔습니다.
이후 여러 피해자들이 인상착의와 목소리 등을 확인한 결과 영상 속 김씨는 박씨 자매의 엄마가 맞다고 취재진에 알렸습니다.
(VJ : 남동근 / 영상디자인 : 정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