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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도 찾는 타투이스트 "열심히 그린 대가로 삶 망가져"

입력 2021-05-28 15:30 수정 2021-05-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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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재판이 열린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 선 타투이스트 김도윤씨의 모습. [김도윤씨 제공]28일 재판이 열린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 선 타투이스트 김도윤씨의 모습. [김도윤씨 제공]
"판사님, 주변 어린 작업자들이 타투이스트란 직업을 선택해 극단적 선택에 떠밀리는 상황을 보며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타투 예술가 김도윤씨가 28일 법정에서 한 최후진술입니다. 김씨는 브래드 피트와 영화 미나리의 주인공 스티븐 연 등 헐리우드 스타들이 먼저 찾는 세계적인 타투이스트입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3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유튜브에서 그가 한 연예인에게 타투를 그리는 모습을 본 네티즌이 불법 행위를 한다며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셨을 수도 있을 텐데요, 한국에서 타투는 의사가 하지 않는 이상 불법입니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타투이스트 김도윤씨가 타투 작업을 하는 모습. [김도윤씨 제공]타투이스트 김도윤씨가 타투 작업을 하는 모습. [김도윤씨 제공]
■ 92년 대법원 판례 '타투 처벌조항'
대법원은 92년 판결에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라 봤습니다. 의료행위를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의료법 제27조 1항을 위반해 불법입니다. 헌법재판소도 2007년 대법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은 이렇지만 실제 의사가 타투를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타투 기계는 의료기기도 아닙니다. 30년 전 판례가 아직 그대로니, 경찰과 검찰은 신고가 들어오면 타투이스트들을 수사해 기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타투이스트들 대부분이 손님의 신고를 감수하며 생업을 이어가는 셈입니다

김씨가 이날 법정에서 동료들의 극단적 선택을 언급한 것도 이런 현실 때문입니다. 김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타투를 그렸던 후배가 손님에게 협박을 받으며 재판에 넘겨지는 고통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타투이스트들이) 그림을 열심히 그린 대가로 얻은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전과와 벌금, 징역 그리고 부서진 삶"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타투이스트들은 손님과 분쟁을 겪게되면 신고에 대한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김도윤씨가 그린 타투 작품 중 일부. [김도윤씨 제공]김도윤씨가 그린 타투 작품 중 일부. [김도윤씨 제공]
■ "의사만 타투 할 수 있다면 금지나 마찬가지"
김씨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지난해 전국의 타투이스트들을 모아 '타투유니온'이란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타투이스트들의 권리 보장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신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셜미디어 등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씨는 "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이 자리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다"고 했습니다.

김씨 측 변호인인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은 30년 전 대법원 판례와 달리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의료행위라는 것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단 겁니다. 타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고려할 때도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행위'라 주장했습니다.

또한 의사만이 타투를 그릴 수 있다면 이는 "문신 시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라 직업과 표현의 자유를 모두 침해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모두 92년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입니다. 김씨 측은 타투를 의료행위라 본 의료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냈습니다.

김도윤 타투이스트의 모습. 김씨는 타투이스트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김도윤씨 제공]김도윤 타투이스트의 모습. 김씨는 타투이스트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김도윤씨 제공]
■ "타투이스트 직업 선택의 자유 보장해야"
김씨는 타투 문제에 손 놓은 정부를 대신해 스스로 타투 시술의 위생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왔습니다. 민간 병원인 녹색병원의 도움을 받아 국내 최초의 타투 감염관리 지침을 제작했고 주변 동료들에게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합법화가 되기 전에도 안전과 위생에 대한 기준을 높여온 겁니다. 이런 김씨의 노력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타투 합법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무관심 속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이날 재판을 "국내 타투이스트 20만명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타투를 가진 1300만 국민이 신체의 권리를 되찾게 되는 재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씨는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것이 세계적 눈높이에 맞는 판단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법원의 판단이) 삶의 끝에서 무릎을 꿇은 동료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7월 7일 선고기일에 김씨의 질문에 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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