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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 앞둔 구급차 탓에 병원 이송 늦어져" 초등생 아들 잃은 아빠의 청원

입력 2021-05-28 10:58 수정 2021-05-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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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119 응급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습니다. '어린 초등학생이 다시는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죽지 않도록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119 구조 시간지체가 아들 죽음에 미친 영향을 밝혀달라″는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119 구조 시간지체가 아들 죽음에 미친 영향을 밝혀달라″는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글은 "응급실에 죽어있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볼 수밖에 없었던 비통에 잠긴 50대 늙은 아빠가 간절히 애원하는 글을 올립니다"라고 시작합니다.

문제의 교통사고는 지난 4월 30일 15시 51분경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정문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가던 초등학생은 아파트 정문 출구에서 비보호 좌화전하던 SUV 차량에 치여 1차 충격으로 몸이 날아간 뒤 그 차량에 계속 끌려가서 깔려 치명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주변 시민들이 119에 신고하고,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친 아이를 차량 밑에서 구조하고, 근처 인도로 옮긴 후 119구급차를 기다렸습니다.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말하고, "살려주세요"라고 계속 말할 정도로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구급차는 평소보다 늦게 사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사고 현장의 시민들은 구급차가 왜 안오냐고 걱정하면서, 땅바닥에서 죽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어떤 시민은 안타까워 소방서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청원인에 따르면, 평소 119안전센터에서 5분 걸리는 거리임에도 구급차가 늦게 온 사정은 이러했습니다.

구급차에 구급대원 한 명이 탄 뒤 다른 구급대원을 태우려했으나 자동잠금장치 작동불량으로 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동으로 열어서 구급대원을 탑승시켰으나 도어락 경보가 계속 울려, 시동을 끄고 다시 시동을 거는 등 시간이 지체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중대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이송업무 지원요청에 따라 출동 준비를 하는 구급차 모습.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소방청 제공〉 지난해 3월 코로나 중대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이송업무 지원요청에 따라 출동 준비를 하는 구급차 모습.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소방청 제공〉
고장난 구급차는 현장에 도착해서도 차량자동잠금장치 불량으로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또 응급의료 장비가 구급차 뒤 환자실에 실려있어서, 구급대원은 뒷문이 개방되기 전까지 실질적인 응급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구급대원들이 환자에 대한 응급조치 없이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기려 하자, 현장의 시민들이 항의해서 구급대원들은 목 보호대만 하고 아이를 구급차에 실었다고 했습니다.

청원인은 "시동 불량으로 또 몇 분을 보낸 뒤 어떻게 하다 시동이 걸려 사고현장에서 출발했는데,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중에 산소마스크(비재호흡마스크)만 제공했다고 한다"며 "비재호흡마스크 제공도 차량내 CCTV 5대가 21년 1월 부터 녹화불량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응급실 의사선생님은 환자가 늦게 도착하여 심폐소생술 밖에 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 하셨다"며 "복부 출혈 환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후 응급실로 최대한 빨리 이송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송지연과 적절한 응급조치가 없어서 제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골든타임)를 놓쳐 버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원인은 "구급차가 사고현장에 5분 내로 현장에 도착해서 출혈이 있는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산소공급, 수액공급,보온조치 등)를 하고 병원응급실로 바로 이송했더라면 제 아들은 응급실에서 시술을 받고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미련이 계속해서 저와 가족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며 "지금도 현장에 계셨던 주민들은 제 아들의 '살려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고 하신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아직도 고장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올해 폐차예정인 구급차를 제 아들이 타고 가야 했는지 너무 슬프다, 구급차에는 산소공급장치, 수액, 심전도기 등 고가 의료장비와 각종 약품 등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런 의료기기들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제 아들이 병원에 이송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청원인은 "소방서에서는 제 아들이 죽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119구급차가 지연없이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어도 제 아들이 살 수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알고 싶다면 저에게 그 인과관계를 알아 보라고만 하고 있다"며 "119응급구조 과정에서 구급차 불량으로 인한 시간 지체와 적절한 응급조치가 시행되지 못한 것이 제 아들의 죽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 달라"고 했습니다. ▶교통사고 현장의 복잡한 교통 신호체계 개선 ▶차량 운전자의 운전행태 개선도 요구했습니다.

청원인은 "초등학생 아이의 부모로서 제 아들의 교통사고를 생각하면 무조건 저와 제 아이가 백퍼센트 옳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이러한 문제점으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죽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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