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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서울시 급식바우처 실제 써보니 '없고, 안 되고'

입력 2021-05-27 20:54 수정 2021-05-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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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살 수 있도록 서울에선 급식 바우처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 당국에서 정한 고를 수 있는 음식 종류가 워낙 적어서, 학생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격주로 학교를 가는 고등학교 1학년 영준 군이 화면을 보며 공부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렇게 코로나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 56만 명에게 희망급식바우처 10만 포인트를 줬습니다.

이 바우처로 7월 16일까지 편의점 6곳에서 10가지 상품군을 살 수 있습니다.

함께 편의점에 가 봤습니다.

[조영준/고등학생 : (뭐 고를까요?) 라면. 저 김치볶음밥이요.]

라면과 도시락, 김밥도 담고 바나나 우유와 핫바, 푸딩도 골랐습니다.

[편의점 직원 : (바우처로 사고 싶은데요.) 라면 빼고 다 될 것 같긴 한데요.]

그런데 계산하던 점원이 물건을 다시 봉투에서 꺼냅니다.

[편의점 직원 : 안 되는데요. 많이 안 되는데요.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요.]

결국 영준 군 손에 든 건 김밥 한 줄 입니다.

근처 다른 편의점 두 곳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점 직원 : 3개밖에 안 되는 거 같은데 일단 해볼게요. (이건 안 돼요?) 이건 안 돼요.]

[조영준/고등학생 : 많은 음식이 없었고 한정돼 있었고 바우처로 살 수 없어서 좀 아쉬웠어요.]

이쪽 진열대를 보시면 치킨버거를 팔고 있는데요.

햄버거는 바우처로 살 수 있는 음식은 아닙니다.

위쪽 진열대를 한 번 보실까요.

삼각김밥이 종류별로 있습니다.

하지만 바우처로 삼각김밥은 살 수 없습니다.

우유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살 수 있는 건 학교 급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오직 흰 우유뿐입니다.

편의점 점주 정모 씨는 아침부터 제품 앞에 종이를 붙입니다.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미리 안내를 해 둔겁니다.

[정모 씨/편의점 점주 : 급식바우처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을 체크해 놨거든요. 아침 내내 꽂았거든요. 이거예요.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까.]

하지만 여전히 안내가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편의점 직원 : (바우처로 살 수 있나요?) 일단 가져오세요. 거의 되기는 해요. 가져오시면 안 되면 빼고 찍으면 돼요.]

또 다른 편의점, 한창 점심 시간인 정오지만, 김밥과 도시락이 모두 품절입니다.

음료 칸에선 바우처 표시가 붙은 것만 다 나갔습니다.

[김우주/고등학생 : 어제도 가 봤는데 그냥 다 비어 있고 그래가지고 살 수가 없었어요.]

[중학생 : 저 삼각김밥이나 라면 사려 했는데 안 돼가지고… 도시락은 그냥 나트륨 높아도 좀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발길을 돌리는 건 학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김미경 씨도 며칠째 편의점에 갔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김미경/서울 수유동 : 첫날은 가가지고 못 사고 그냥 왔어요. '이거는 안 돼요, 저거는 안 돼요' 하면서…]

오늘(27일)은 어떨까. 오전 10시에 함께 가 봤습니다.

[김미경/서울 수유동 :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가 아예 텅텅 비었네요.]

다른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 하나를 살 수 있었습니다.

[김미경/서울 수유동 : 아이들이 원하고 먹고 싶을 때 찾아서 먹어야 되는데 찾으러 다니게 하는 게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안 좋고.]

[김진호/중학생 : 어제 갔을 때 김밥은 모르는 아저씨랑 아줌마가 다 가져갔어요. 그래가지고 저희가 가져갈 게 없었어요.]

취재진이 6개 브랜드 편의점 20곳을 둘러보니 한창 점심시간인데도 제품이 많이 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편의점 직원 : 보이는 대로 다 가져가셔서. 며칠 지나면 좀 괜찮아질 거예요.]

[편의점 직원 : 뭐 흰 우유하고 뭐 드실 수 있는 게 도시락도 있는데 다 나가가지고.]

손님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습니다.

[편의점 직원 : 화내죠. 굉장히 뭐랄까 이런 거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요.]

교육청이 편의점 측에 발주량을 늘려달라는 협조 요청도 하고 있지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편의점 직원 : 평소보다 2배, 3배 받는데도 금방 나가서. 그렇다고 많이 받을 수가 없어요. 하루 지나면 바로 폐기거든요.]

교육청 관계자는 제품 품목을 늘리도록 논의중이라고 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 : 급식자문위원회를 조만간 열어가지고 물어보려고 검토 중에 있습니다. 제품은 좀 늘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철우 강은녕/고등학생 학부모 : 어린아이들한테 급식으로서 주는데 매진돼서 없는 상황인 데다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게 과연 걔네들한테 잘 맞을까.]

학교에선 당연했던 밥 한끼가 원격 수업을 받는 날이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이왕이면 건강한 음식을 먹도록 품목을 정해놨다지만, 정작 아이들이 사먹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더이상 발길 돌리는 아이들이 없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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