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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CCTV 2억대로도 못막았다…중국 BMW '묻지마 돌진' 참사

입력 2021-05-26 07:02 수정 2021-06-22 14:12

투자 실패 책임 사회로 돌린 증오 범죄
횡단보도 돌진해 5명 사망, 5명 중경상

극빈층에서 일어나던 묻지마 단순범죄
CCTV·AI·5G 결합해 상당 부분 차단
화이트컬러 증오범죄엔 허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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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실패 책임 사회로 돌린 증오 범죄
횡단보도 돌진해 5명 사망, 5명 중경상

극빈층에서 일어나던 묻지마 단순범죄
CCTV·AI·5G 결합해 상당 부분 차단
화이트컬러 증오범죄엔 허점 드러나

“다 계획이 있었구나.”

지난 주말 중국에서 일어난 횡단보도 참사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랴오닝성 다롄시 시내에서 30대 초반 남성이 운전한 BMW 차량이 횡단보도의 행인들을 덮쳤습니다. 시속 108km로 사람들 행열을 뚫고 내달린 겁니다. 이 끔찍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범행의 수법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TV를 보다가 '헉'하는 비명과 함께 벌린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습니다.

당국은 이 남성이 투자에 실패해 사회에 복수 감정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에서 이런 류의 반사회적 범죄는 느닷없는 일은 아닙니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한 좌절감이 반사회적 범죄로 표출되곤 했습니다.
 
차량이 횡단보도를 향해 시속 108km 속도로 돌진해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진=웨이보 캡처]차량이 횡단보도를 향해 시속 108km 속도로 돌진해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진=웨이보 캡처]

시계를 10여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2008년 일본을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농약이 들어간 중국산 만두가 유통되다 적발된 사건인데요. 중국에서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을 정도로 엄중했던 사안입니다. 내력을 알아보니 처우에 불만을 품은 농민공이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만두소에 농약을 타버린 겁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공 등의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 형태로 폭발한 건데요. 사건 개요를 알린 2010년 4월 당시 중앙일보 기사의 한 단락입니다. 함께 보실까요.

“농약만두 사건의 용의자 뤼웨팅(呂月庭·36)은허베이(河北)성스자장(石家莊)시천양(天洋)식품에서 임시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급여 등 처우에 불만을 가졌고, 이에 대한 원한을 풀려고 2007년 10월 만두에 농약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1000명)의 대부분은 뤼처럼 농촌 출신 임시직 근로자다. 이들의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인 1000위안(16만5000원)밖에 되지 않는다. 유급휴가도 없으며 정규직이 되는 길도 막혀 있어 대부분 2~3년 후 그만둬야 한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 직원은 “뤼의 범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심정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도 “뤼가 절망적인 심정에서 사회에 보복을 노린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농약만두 사건 같은 묻지마 범죄는 병든 사회의 난맥상을 보여주며 여기 저기서 터졌습니다. 의료사고로 실직한 의사가 등굣길 초등학생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9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체불 임금에 불만을 품은 50대 농민공이 길에서 폭약을 터트려 애꿎은 행인 3명이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10여년 전 사건인데 어떻습니까. 동원한 범행 수법만 달랐지 결과가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 반사회 일탈 행동의 원인을 사회 양극화에서 찾았습니다.

“중국은 강자와 약자가 확실히 나뉘어 강자가 더욱 강해지는, 균형이 무너진 사회가 됐다. 이 때문에 약자 측이 과격한 반사회적 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쑨리핑 중국 칭화대 교수)”

양극화의 정도를 보여줬던 데이터가 있습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보고서(2010.3)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평균소득 격차가 1988년 7.3배에서 2007년에는 23배로 커졌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볼까요.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통계공보'입니다.

1분위(하위20%)소득은 7869위안으로 5분위(상위20%) 8만294위안의 10분에 1에 불과했습니다. 1분위는 저소득층이 집중된 구간입니다. 빈부격차가 원인인 반사회적 범죄는 중국공산당 지도체제를 안에서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입니다. 당 안팎에선 '내부 안보'라고 부르죠.

잘 아시다시피 중국은 내부 안보, 즉 물샐 틈 없는 사회 통제를 위해 첨단 ICT를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계획과 통제라는 사회주의의 로망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돕니다.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이 체제의 위협 된다는 진단, 진단 자체는 틀린 것 같지 않습니다. 문제는 처방입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19차 당대회(2019년 가을)보고에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당건설'을 주창했습니다.

중국공산당 용어 가운데 '건설'은 우리 개념으로 보면 강화 또는 극대화와 같은 말입니다. 즉 당을 강화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경제와 사회 부문에 이양했던 권한을 회수해 당이 틀어쥐고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빈부격차 없는 사회주의 사회 구현을 위해 당건설이 필수불가결하다며 그때부터 줄곧 사회 통제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노선이 현실에서 CCTV 감시사회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CCTV 〈사진=JTBC 뉴스룸 캡처〉CCTV 〈사진=JTBC 뉴스룸 캡처〉

2019년 이미 중국 전역에 감시카메라(CCTV)가 2억대를 넘었고 카메라 렌즈의 해상도를 꾸준히 높여 인공지능(AI)이 걸어 다니는 자세만으로도 어느 집 몇째 아들인지까지 식별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미줄 감시망을 깔아 놓은 덕분일까요. 10여 년 전 횡행하던 무차별 묻지마 범죄는 사전에 상당 부분 걸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급 외제차를 타고 무방비 상태의 행인을 향해 돌진하는 증오 범죄는 중국공산당 조직이나 슈퍼컴퓨터, 초고성능 AI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반면 BMW 운전자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겁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로 방어망을 짜도 그 틈새를 비집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해내는' 범죄까지 막아낼 계획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영역이 아닐까요.
 
출처: CCTV3출처: CCTV3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더욱 사회주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국가통계국 데이터에서 보듯 빈부격차는 벌어지고 끔찍한 사회 병리현상은 변태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소외계층에서 주로 발생하던 묻지마 범죄는 이제 먹고 살만한 사람들로부터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첨단 장비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신기술을 동원해 앞으로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화이트컬러층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감시해야 이런 허망한 범죄가 걸러질까요. 중국식 사회주의의 처방이 미덥지 않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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