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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듣자마자 '첨벙'…급류 휩쓸린 아이 구한 부사관

입력 2021-05-25 14:48 수정 2021-05-25 17:50

육군 50사단 마갑열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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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50사단 마갑열 상사

육군 50사단 마갑열 상사〈사진=육군 50사단〉육군 50사단 마갑열 상사〈사진=육군 50사단〉
육군 50사단 기동대대에서 근무하는 마갑열 상사는 지난 주말 경북 예천에 있는 내성천을 가족과 함께 찾았습니다. 모처럼 쉬는 주말, 낚시하러 가고 싶었는데 8살 아들이 갑자기 모래 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간 곳입니다.

처음 가본 곳이라 주위를 먼저 둘러봤습니다. 위험한 장비를 다루다 보니 주변에 위험한 요소가 있는지 찾아보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비가 온 후라 물살이 꽤 빠르게 흐르는 게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사각지대 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기에 사람이 빠지면 물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래 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였습니다. 차 바로 앞에서 비명을 들었습니다.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습니다.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 같아 다시 차로 향하는데 이번엔 “살려주세요”하는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습니다.

순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직감에 강을 둘러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까 본 사각지대가 떠올랐습니다.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옷을 입은 채로 바로 강에 뛰어들었습니다. 모래사장에서 뚝 떨어진 그곳엔 아이 2명이 무언가를 붙잡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슴팍까지 오는 깊이에 물살도 거세 얼굴에 쓴 마스크까지 다 젖을 정도였습니다. 저쪽에선 아이 아버지와 다른 어른 1명이 아이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빠른 물살 탓에 아이들을 따라잡지 못한 겁니다. 아이 2명을 안고 몸을 움직인 순간, 발이 모래 안으로 푹 빠졌습니다. 이대로 움직였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어른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어른 2명에게 남자아이를 건네고 나서야 여자아이를 업고 강을 빠져나왔습니다. 특전사 시절 인명 구조법 배워둔 덕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얘기는 아이 부모가 부대로 전화해 알려졌습니다. 마 상사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날 낚시를 가지 않고 모래 놀이를 간 것, 미리 한 바퀴를 둘러볼 때 사각지대가 눈에 띄었던 것, 그리고 차에 타기 직전 비명을 들은 것 등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이 아이를 구하려고 일어난 일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날 참 다행이었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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