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벨라루스, 여객기 강제 착륙…국제사회 일제히 규탄|아침& 세계

입력 2021-05-25 08:58 수정 2021-05-25 11:1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죠. 벨라루스가 현지 시간 23일 외국 여객기를 자국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벨라루스 반정부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며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위치한 국제공항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 에어 여객기가 착륙합니다. 당초 이 여객기는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벨라루스 상공을 지나던 도중 갑자기 벨라루스 당국이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투기까지 동원했고 착륙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격추 시키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벨라루스 당국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여객기를 폭파 시키겠다는 협박 서한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조사 결과 여객기 안에서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벨라루스 야권과 국제 사회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 여객기에 타고 있던 26살 반정부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여객기 비상 착륙을 밀어붙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프라타세비치는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 혐의 등으로 '테러 활동 가담자' 명단에 올랐고 벨라루스 당국의 탄압을 피해 외국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여객기가 비상 착륙한 뒤 곧바로 벨라루스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시간으로 오늘(25일) 새벽 다소 수척해진 프라타세비치의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벨라루스 야권은 당국의 압박에 의해 촬영된 영상이라며, 그의 이마에 작은 멍자국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라타세비치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벨라루스 반정부 언론인 : 제 이름은 라만 프라타세비치입니다. 어제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수사에 협조하고 있고, 민스크에서 반정부 시위를 조직한 것을 자백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한 목소리로 벨라루스의 여객기 강제 착륙 사태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유럽 연합 정상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유럽 연합은 벨라루스 항공사들의 EU 국가 영공과 공항의 진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은 강제 착륙이 충격적인 행위라며 비판하고 국제적인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폴란드 총리는 국가 주도의 테러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라트비아는 수도 리가의 한 호텔 앞에 걸려있던 벨라루스 국기를 내리고 대신 벨라루스 야권의 상징으로 쓰이는 깃발을 내걸었습니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는 강력히 항의했고 두 나라는 상대 국가의 외교관 전원을 추방하면서 맞서고 있습니다. 여객기의 당초 도착 예정지였던 리투아니아의 대통령 역시 벨라루스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리투아니아 대통령 : 유럽공동체에 대한 테러 행위와 같고, 전례없는 매우 과격한 행동입니다. 매우 위험한 이 정권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명확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는 벨라루스 여객기 강제 착륙 사태,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 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벨라루스는 하마스의 위협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제사회는 반정부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켰다고 보고 있고요. 어떤 주장이 맞을까요.

    당연히 라만 프라타세비치라고 하는 반정부 운동가를 체포하기 위한 그런 조치였다고 봅니다. 일단 국제적 상식을 벗어난 방식이기는 하지만 작년 대규모 시위 당시 정권을 위협했던 젊은층들의 시위참여 수단이었던 넥스타라는 텔레그램 채널과 같은 SNS를 통제함으로써 향후 다시 강화될 수도 있는 이 반정부 운동에 강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지난해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시위가 좀 잠잠해진 상황인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벨라루스 야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 실제로 어느 정도나 된다고 보세요?

    이 부분은 현지에 있지 않으면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데요. 다시 일정 정도 이상의 시위가 조직화될 수도 있지만 지난 시위의 성과가 크지 않았던 경험으로 인해서 또 시위 문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벨라루스 사회에서 시위의 지속성은 그렇게 크지 않지 않을까 이렇게 조심히 예측해 봅니다. 시위의 지도부가 강고하지 못하고 조직화의 어떤 한계를 보이는 내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실상 국제사회 관심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도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어떻게든 대러시아 압박 등 자신의 정치로 가져가려는 서구의 판단이 있을 경우 시위에 대한 지원과 지지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느 때보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동안 반정부 시위에서도 벨라루스의 편을 들었죠. 러시아는 성급한 평가는 안 된다면서 벨라루스를 역시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국제사회는 앞서 전해 드린 대로 강하게 규탄하고 있고요. 벨라루스를 향한 제재와 국제적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적 파장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지금 이번에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에 보도가 잘 안 돼 있는데요. 여자친구인 소피아 사페가 등 4명의 러시아인들도 구금된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저항세력과의 어떤 연대고리 또 이들을 후원하는 서구의 고리에 대한 정보를 잡으려고 이번에 이런 과감한 조치를 벨라루스가 취했는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은 더 큰 배경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양 진영이 서로 세를 과시해 보였듯 향후 코로나 국면이 잦아들면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다시 러시아 등과 또 중국과 격렬한 대립을 시작할 것인데요. 이 서구 압박에 대한 어떤 선제적인 경고성 행위라고 할 수 있는 벨라루스의 이 말도 안 되는 조치에 지금 EU는 많은 저항을 할 것으로 일단은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러시아를 등에 업은 루카셴코 정권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느 정도 수준의 압박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도발의 수준으로 보아서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향후 강화된 양 진영의 대립 속에 러시아를 업은 벨라루스 압박정책을 조금 더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라만 프라타세비치 체포 당시 상황을 보도하면서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옆자리 승객에게 "사형이 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프라타세비치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향후 프라타세비치의 신병처리에 따라 국제사회의 규탄과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