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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권한 강화" 세계보건총회 개막...대만은 또 초청 못 받아

입력 2021-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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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국제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보인 모습에 대해 우리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습니다. 각 나라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협력보다는 방어에 몰두했다는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부실한 실체도 드러났습니다. WHO는 지난해 1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같은 해 3월 대유행(팬데믹)을 선포했지만 구속력 있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구촌은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잠식당했습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WHO 홈페이지〉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WHO 홈페이지〉

오늘(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선 이런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논의될 예정입니다. WHA는 세계보건기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매 년 5월 연례 회의를 엽니다. 194개 회원국에서 파견한 각 나라 대표가 참여하는데 올해는 화상으로 진행됩니다. 역시 최우선 의제는 WHO 권한과 독립성 강화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의 위기 속에서 국제기구가 강제성 없이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난해부터 세계보건체계 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 왔고 이번 회의를 통해 모종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건은 또 다시 범세계적 보건 위기가 닥쳤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탄생할 수 있는지 입니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나들지만 국제적인 감시-경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국제보건규칙'에 따르면 질병이 발생한 국가는 신속히 이를 WHO에 통보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위반해도 제재할 근거가 없습니다. WHO가 출입국 제한을 권고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강제력이 없습니다. 전쟁을 주도할 지휘관 격인 WHO가 사실상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WHO 산하 조사 위원회인 '팬데믹 준비ㆍ대응 독립 패널(IPPR)'도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제적인 예방ㆍ억제 시스템이 완전히 실패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사건 발생 시 즉각 전문가를 파견하고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WHO의 권한과 독립성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위한 안정된 예산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WHO는 올해 1월에서야 조사팀을 꾸려 중국 우한에 파견했습니다.

지난 1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WHO 조사팀이 탄 차량을 중국 작업반이 소독하는 모습. 〈사진=AP〉지난 1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WHO 조사팀이 탄 차량을 중국 작업반이 소독하는 모습. 〈사진=AP〉

우리 정부도 이런 논리에 힘을 실을 예정입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석 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합니다. 백지아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차석 대표로 참여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논의 과정에서 한국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적극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어느 정도 성공적인 방역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회원국들도 한국 측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대만은 이번에도 중국의 입김으로 WHA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현지 언론들은 대만 정부가 WHO의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만은 2016년까지 옵서버(참관자) 자격으로 WHA에 참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는 중국의 반발로 2017년부터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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