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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CCTV 사찰' 엄정 조치한다며 '솜방망이' 징계

입력 2021-05-24 06:02

공항 CCTV 유출한 고위급들, '정직'→'감봉' 경징계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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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CCTV 유출한 고위급들, '정직'→'감봉' 경징계 결론

얼마 전 인천공항을 담당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최고위급 임원 4명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당할 상황에 놓였다는 뉴스를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공항 내 CCTV 영상을 무단으로 빼돌려서 전임 사장의 소송 첨부 자료로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2021년 5월 8일 보도 '공항 CCTV로 노조 사찰'? 빼돌려 소송에 쓴 간부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징계에 앞서 사내 CEO 메시지를 통해 징계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죠. 그러면서 4명 중 1급 2명을 대기 발령시켰다고 전했습니다.

테러방지 등의 목적으로만 써야 할 공항 CCTV를 무단으로 유출한 사건, 그 뒤 어떻게 됐을까요?

▶ 정직에서 감봉 1개월로 줄어든 징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4명의 징계 수위는 모두 당초 공사 감사실이 권고한 것보다 크게 낮춰졌습니다.
1급 임원인 항공보안실장 등 2명은 '정직'에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CCTV 반출을 직접 지시한 인물이며, 감사 과정에서 모든 의혹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공사 간부가 유출한 CCTV 동영상을 캡쳐해 고소장에 첨부한 사진.공사 간부가 유출한 CCTV 동영상을 캡쳐해 고소장에 첨부한 사진.
다른 2명의 징계 수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CTV 관리 소홀 책임이 있던 경비팀장은 감봉에서 견책, 전체적인 감사 업무를 방해하고 허위 답변을 한 법무팀장은 견책에서 주의로 감경을 받았습니다. 3명은 경징계 처분으로 끝났고, 1명은 정식 징계도 받지 않은 것입니다.

징계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사 사항이라 공개가 어렵다는 답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과거 받았던 상훈 기록이 일부 고려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엄중 처벌하겠다더니…들끓는 공사 내부 여론

김경욱 현 사장은 '항공보안 운영현황 감사 결과와 관련하여'라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 사안을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숙지하고 준수하는 건 매우 중요하며, 특히 개인정보나 인권과 관련된 부분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도 당부했죠.
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은 앞서 1급 임원 2명을 대기발령하면서 '엄정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인천국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은 앞서 1급 임원 2명을 대기발령하면서 '엄정 조치'를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사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위원회의 징계 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직장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앞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해도 된다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앞에선 엄정 처벌한다고 해 놓고 뒤에서는 대놓고 봐주기다'라는 비난성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H 사태에서 보고 배운 것이 없느냐며, 공사 청렴도가 바닥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이번 징계 결과를 비판하는 공사 직원들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이번 징계 결과를 비판하는 공사 직원들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공사 직원은 "직원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사장이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에 동조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이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에 동조했다″고 말했다.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이 사실상 제 식구 감싸기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물론 공사 사장이 직접 인사위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사장이 위원장이고, 다른 위원들도 징계 대상자와 같은 1급인 본부장/실장급입니다. 이 때문에 '서로 봐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 CCTV 불법 유출이 엄중한 사안인 이유

이들이 공항 CCTV를 불법 유출한 이유는 전임 사장이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할 당시 소송 자료로 첨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해 6월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 당시 공항 내부에서 공사 직원들과 전임 사장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자신이 '린치'를 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필요했던 거죠.

현 인천국제공항 사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린 텐트가 제1터미널 앞에 설치돼 있다.현 인천국제공항 사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린 텐트가 제1터미널 앞에 설치돼 있다.
실제로 유출된 CCTV 영상은 사진 파일로 캡처된 뒤 고소장에 첨부됐습니다. 역설적으로 CCTV 촬영 각도로만 나올 수 있는 사진이었기 때문에, CCTV 불법 유출이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안이 엄중한 이유는 유출 행위가 향후 얼마든지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 감사 과정에서 이 사안 외에 다수의 몰래 저장된 CCTV 동영상들이 발견됐습니다. 공사 홍보 영상 제작을 위한 저장이었다지만, 이 외에도 감사 도중 삭제된 동영상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CCTV 영상에는 주요 VIP급 승객의 동선 등이 담기는 만큼 테러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여지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공사 노조 측은 "사장이 약속을 번복하고 징계 수위를 낮춰 직원들이 분노와 실망을 하고 있다"며 "공사 윤리규정을 공무원 수준 이상으로 강화하자고 요청했지만 공사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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