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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차이나 비트코인 머니,압구정ㆍ반포아파트 눈독 들이는 이유?

입력 2021-05-22 00:02 수정 2021-07-06 11:56

환치기 수법 中자금 국내 부동산 시장에 경고등
대륙 자금 봇물 홍콩 아파트 20년 후유증 앓아

기존엔 대규모 자금만 인맥과 권력 업고 해외 탈출
일반인도 비트코인으로 돈빼내 서울 부동산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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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치기 수법 中자금 국내 부동산 시장에 경고등
대륙 자금 봇물 홍콩 아파트 20년 후유증 앓아

기존엔 대규모 자금만 인맥과 권력 업고 해외 탈출
일반인도 비트코인으로 돈빼내 서울 부동산 러시

얼마 전 홍콩과 선전을 오가며 IT계통 사업을 하는 지인이 귀국했습니다. 주력 사업 파트너인 중국인이 긴 일정으로 해외로 나가 잠깐 서울에 들렀다고 했습니다. 그 중국인은 중국의 IT 선도 도시 선전에서 사업을 일군 자오 사장. 선전ㆍ광저우 등지에서 반도체 웨이퍼 도매상을 하다 공장을 인수한 그는 중국의 제조업이 몸집을 키우던 10여년 전부터 큰 돈을 벌었습니다.

중국의 자산가들이 예의 그렇듯 자오 사장도 자녀들을 해외로 보냈습니다. 일단 홍콩에서 몇 년 체류하다 캐나다에서 유학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꿈은 자산을 전부 해외로 빼내 가족과 외국에서 자유롭게 제2의 인생을 보내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 관련 비즈니스도 새롭게 구상하고 있습니다. 자산은 안전한 해외 은행에 넣어둔 채 말입니다.

테슬라 로고와 비트코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테슬라 로고와 비트코인.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인 중소기업 사장의 야무진 꿈을 끄집어낸 이유가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크게 해외 비즈니스도 하고 권력 쪽에 광폭의 네트워크가 있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일이 이제는 왠만큼 자산을 일군 일반인들까지 넘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얘깁니다. 전세계 암호 화폐(가상화폐) 거래량의 90%를 넘나든다는 차이나 실적의 이면에는 이렇게 강력한 자산 이전 욕구와 맞물려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왼쪽부터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모네로 로고왼쪽부터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모네로 로고

중국 금융 당국이 자국 내 암호 화폐 거래를 원천 봉쇄하는 초강력 규제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자산 유출의 규모와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비트코인 환치기로 돈 빼돌린 중국인들이 서울 아파트를 쓸어담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비록 2017년부터 중국 당국에선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편법을 통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거래가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중국 감독 당국이 고삐를 죄어오자 막차를 타는 심정으로 서울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쏟아져나온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잘 아시는 대롭니다. 중국의 자산가들이 위안화 현금으로 현지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환치기 조직을 통해 서울에서 비트코인을 팔아 아파트를 사들이는 수법입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은행 계좌를 튼 중국인들이 환치기 중개인 등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현지 일반인들의 이런 자금 러시는 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외환이 나오기 힘든 나랍니다. 달러 흐름을 당국이 철저하게 통제합니다. 기껏해야 해외 여행을 빙자해 여러 사람이 나눠 갖고 나가는 인해전술이 있는데 이 정도가 법에서 봐주는 수준입니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홍보하기 위해 홍콩 정부가 내건 대형 현수막 곁을 택시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홍보하기 위해 홍콩 정부가 내건 대형 현수막 곁을 택시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 아파트를 사거나 공장을 인수하는 등 큰 자금은 어떻게 나가느냐구요? 사회주의 통제가 아무리 엄혹해도 다 방법이 있습니다. 홍콩의 환전상이나 소규모 사설은행이 통롭니다. 이들이 나서 환치기 수법으로 빼냅니다. 주로 대륙의 부자들이 쓰던 수법입니다.

그런데 이 경로는 대륙 안팎의 수준 높은 인적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배달 사고가 납니다. 돈만 있다고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아닙니다. 10년 전 홍콩에서 근무하던 시절 아파트 건물을 사무실로 썼는데 집 주인이 중국 저장성 원저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이었습니다. 어느 날 집주인이 찾아왔습니다. 집 상태도 볼 겸 홍콩에 따로 볼일이 있어 나왔다는 겁니다. 그가 눈여겨본 지역은 대륙과 홍콩 카우룽을 잇는 고속철이 들어오는 상업 지구였습니다. 그때 나눈 대화의 일단입니다.

“친구들과 홍콩 아파트를 쇼핑하러 단체 여행을 왔다. 한 동 전체를 살 거다.”
“아니,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하나. 들고나올 수 있는 한도가 있을텐데..”
“대륙과 홍콩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를 통하면 된다.”

그때 알았습니다. 대륙과 홍콩을 잇는 지하 금융의 존재를요. 양쪽 당국도 가늠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합니다. 대륙의 관문인 홍콩은 중국 본토와 중계무역 기지인 만큼 다양한 비즈니스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당연히 홍콩에서 사업을 일군 중국인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유동 자금 규모도 큽니다.

반면 서울에는 그만한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없는 편입니다. 일반인들의 코 묻은 자금까지 쏟아져 들어올 중개 통로가 변변찮았습니다. 다 비트코인 세상이 도래하기 전 얘기입니다. 비트코인 때문에 환치기의 고전이 뒤집혔습니다. 비트코인이 바꾼 환치기 세상의 풍경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비트코인의 탁월한 접근성 때문에 중소 규모의 일반인들 돈까지 서울의 부동산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한 우려일까요? 데이터가 말해줍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작년 전체 외국인 부동산 거래량의 51.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위부터 10위까지 거래량을 다 합해도 중국인들이 쓸어담은 양에 미치지 못합니다. 입법조사처 '서울시 외국인 주택 매입 현황'을 보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합니다. 중국인은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에서 7903가구의 주택을 사들였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매입량의 55.7%를 차지합니다.

CCTV 〈사진=JTBC 뉴스룸 캡처〉CCTV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중국 당국은 곧 본격화할 디지털 화폐의 사용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암호 화폐를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계획과 통제의 사회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중국은 당과 국가의 통제권 밖에 있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당과 국가가 다 보고 주무를 수 없는 암호화폐의 존재는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입니다.

이런 통제 만능 사회에선 틈만 포착되면 자금을 해외로 빼려는 민간의 수요가 끓어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계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이 이렇게 기막히게 작동하는 사회도 없을 겁니다. 비트코인은 이들의 해외 자산 이전 욕망에 불을 붙입니다. 앞으로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 사용 질서를 정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당국은 규제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겁니다. 해외로 자산을 빼내려는 욕구는 억눌리는 강도에 비례해 더욱 튀어오를 겁니다.

어떻게 말이냐구요?

여전히 비트코인이 탈출로입니다.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원천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차명은 물론 가명 거래도 흔한 중국 경제 생태계의 복마전 같은 속성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우리가 맞닥뜨릴 고민이 녹록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중국에서 어떻게든 명맥을 유지한다면 그 파급은 중국과 인적ㆍ물적 교류가 빈번한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국 부동산 시장을 들쑤실 수 있는 서울 강남의 부동산은 그들의 집중 타깃입니다. 그중에서 물(水)을 부의 원천이라고 믿는 중국인들은 한강변 양쪽의 아파트에 눈독을 들일 겁니다. 홍콩 부동산이 그랬습니다. 홍콩섬과 카우룽 반도 양쪽의 바다 인접 아파트를 거의 싹쓸이했습니다. 90년대 이후 차이나 머니의 먹잇감이 된 홍콩은 부동산값 폭등의 후유증을 지금까지 앓고 있습니다. 민영ㆍ공영 아파트 할 것 없이 싹 다 올랐습니다. 홍콩의 20~30대는 자산 양극화와 40년 이상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집 한 채 살 수 있는 '벼락거지'의 처지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우리 시중은행에서 떠들썩했던 비트코인 환전 소동은 일회성 사건이 아닙니다. 서울 등 전국의 부동산 블루칩, 특히 리버뷰나 레이크뷰, 오션뷰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차이나 머니 공습의 서막일지도 모릅니다. 로켓처럼 치솟았다가 폭포수처럼 내리꽂는 비트코인의 광풍에 한눈팔 때가 아니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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