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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현병 아들에 살해당한 아버지…"4년 전부터 도움 요청"

입력 2021-05-21 20:29 수정 2021-05-21 23:41

중증 정신질환 치료 공백…가족의 비극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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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 치료 공백…가족의 비극①

[앵커]

최근 60대의 아버지가 20대 아들에게 살해를 당했습니다. 아들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사건 한 달 전에도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이미 4년 전부터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배양진 기자입니다.

[기자]

벽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가 가득 써있습니다.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글도 눈에 띕니다.

지난 5일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강모 씨가 쓴 걸로 추정되는 글입니다.

아버지 강모 씨는 살해당하기 한 달 전에 아들이 살해 위협을 한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아들 강씨와 대화를 나누고, 별 문제가 없다며 돌아갔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유가족 : (아들 강씨가) 나 아버지한테 욕한 것밖에 없어요, 아버지한테 잘할게요. (경찰이) 거기에 속아 넘어갔어요. 살해 위협을 받는데, 칼도 소지하고 있고…]

유족에 따르면 4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들 강씨가 처음 조현병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직후인 지난 2017년 9월, 살해 위협이 시작돼 경찰을 찾아갔다는 것입니다.

[김모 씨/피해자 유가족 : (경찰이) 난동을 부린 게 없으니 인권 문제 때문에 입원시킬 수가 없다고… 아들이 기고만장한 거야. 경찰들도 나를 못 잡아간다…]

같은 해 말엔 지역 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경제활동을 못 하는 아들을 홀로 돌보기 어려워 병원비라도 지원받으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본인 동의 없인 어렵단 답만 돌아왔습니다.

[행정복지센터 직원 : (환자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죠. 어떤 부분이 필요하니까 제출해 주십사 안내해 드리는 거죠.]

지원 받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유가족 : 내가 왜 가냐, 나는 멀쩡하다. 환자가 그렇게 얘기를 하죠. 고인이 (서류를) 찢어버렸어. 하나 도움 될 게 없다…]

이후에도 강씨는 살해 위협에 시달렸지만 사고 한 달 전까지 신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피해자 유가족 : 신고해 봐도 안 되니까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죠. 칼로 휘젓고 응급상황일 때 신고하라는 거야.]

경찰은 4년 전 상황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며 신고가 있었더라도 올해 4월 출동 당시 현장 경찰관이 이를 인지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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