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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북, 뉴스 절반이 코로나…초등생에도 "서로 통제" 지침

입력 2021-05-20 19:02 수정 2021-05-2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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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다시 한번 방역에 바짝 고삐를 조이는 모양새입니다. 내부 매체에 이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참상을 다루는가 하면 '(학교 수업 전)5분 전 교양'이라는 방역 행동 수칙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등 경각심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실상 비상 방역 체제를 장기화하려는 행보로 보이는데요. 백신 수급 시기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북 매체, 코로나 위기 숨김없이 보도
 
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올해 들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올해 들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지난 18일 조선중앙TV의 저녁 뉴스는 코로나19 특집을 방불케 했습니다. 25분의 방송 분량 중 약 11분을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코너로 꾸린 거죠. 뉴스 말미에서 전세계 코로나19 상황을 확진자 수만 짤막하게 처리하던 평소 보도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내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인류의 비극이 영상에 가득했습니다. 어두운 음악과 함께 인도 등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심각한 국가에서 시신이 쌓이고 사람들이 울부짖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1월 말 1억 명이던 전 세계 감염자 숫자가 4월 말까지 불과 3달 만에 5000만 명이 더 늘었다는 수치 등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됐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감염자 대다수가 젊은이들이라며 방심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도 내보냈습니다.

 
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인도의 의료붕괴 현장을 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인도의 의료붕괴 현장을 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유럽 한 확진자를 인용해 젊은이들의 감염 위험성을 부각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지난 18일 조선중앙TV는 '장기화되는 대유행 전염병 위기'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유럽 한 확진자를 인용해 젊은이들의 감염 위험성을 부각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19일 방송에서도 구체적인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중국 대북지역에서 영국 변이바이러스 유입으로 감염자가 급증해 학교 등이 폐쇄 조치에 돌입했고, 인도에서 사상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 등을 전했습니다.

■ “서로 통제하라”…초등생에 새 방역수칙 설파

이 같은 위기감과 맞물려 새 방역수칙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16일 노동신문은 '완벽성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5분 전 교양'을 소개했습니다. 평양 대동강구역 한 소학교에서 이뤄지는 이 방역수칙은 교사들이 수업 시작 전 5분 동안 학교·거리·가정에서 지켜야 할 방역수칙들을 설명하는 것을 뜻합니다.

신문은 “마스크를 언제나 규정대로 착용하고 손 씻기를 잘하는 학생들을 내세워 다른 학생들도 그들의 모범을 적극 따라 배우도록 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이 과정은 곧 서로서로 방조하고 통제하는 기풍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집단의 힘으로 사소한 비정상적인 현상도 철저히 극복해나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방도의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 멀어진 백신 접종…믿을 건 방역뿐

이같은 흐름은 북한의 백신 수급 시간표가 미뤄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코백스는 당초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회 접종분을 이달 말까지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일단 올해 하반기로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를 놓고 미국 CNN과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은 북한이 코백스에 접종 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모니터링 요원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을 나타내는 등 거절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게 주된 원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제기구의 모니터링을 수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방역 상황을 외부에 노출하게 되면 공개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9일 조선중앙TV는 인도에서 전날 사상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지난 19일 조선중앙TV는 인도에서 전날 사상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지난 19일 조선중앙TV는 중국 대북지역에서 변이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지난 19일 조선중앙TV는 중국 대북지역에서 변이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현재로선 백신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대신 "방심하지 말고 방역에 힘쓰자”고 강조하는 겁니다.

백신에 큰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전에도 나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4일 노동신문을 통해 “백신이 결코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 여러 나라의 실태로 증명되고 있다”며 “세계의 현실은 우리 수령, 우리 당이 제일이고 우리 사상, 우리 제도가 제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확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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