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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명 넘는 이민자 몰려…스페인-모로코 '외교 갈등'|아침& 세계

입력 2021-05-20 09:00 수정 2021-05-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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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스페인령 지역이죠. 세우타에 지난 17일부터 지금까지 8천 명이 넘는 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 북쪽 끝에 붙어있는 스페인 영토 세우타의 해안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근 모로코 해변에서부터 헤엄을 쳐서 이곳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한 소년은 플라스틱 물병을 몸에 두르고 힘겹게 물살을 가릅니다. 보트를 이용하거나, 육로를 통해 국경 담장을 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불법 이민자들도 눈에 띕니다. 가난과 실업, 내전 등을 피해 유럽 행을 꿈꾸는 아프리카인들의 간절한 탈출은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저체온증과 탈진 증상을 보였고 한 명은 바다를 건너다가 익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한 불법 이민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불법 이민자 : 온몸이 다 아파요.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습니다. (세우타 해변에) 도착하기 전에도 3일 동안 계속 걸었습니다.]

스페인은 불법 이민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세우타 국경 지역에 경찰과 군인을 추가로 배치하고 기갑 차량까지 동원했습니다. 연막탄을 던지면서 불법 이민자들을 막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모로코가 30년 전에 체결한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한다는 협정에 따라 이민자들을 다시 본국으로 돌려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보호자가 없는 미성년자는 정부의 감독 아래 스페인 영토에 머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과 맞닿아 있는 몇 안 되는 유럽 영토입니다. 과거에도 아프리카인들의 불법 입국이 자주 발생하던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지난 17일부터 8천 명 이상이 넘어왔는데 직전 5개월 동안 500명가량이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전례가 없을 정도로 급증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모로코가 일부러 이민자들을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앞서 스페인이 모로코 반군 세력 지도자의 입국을 허용한 것에 불만을 품고 스페인을 압박하기 위해 방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모로코 국경 쪽에서 국경 경비원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불법 이민자들을 들여보내는 모습이 촬영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외무 장관은 주 스페인 모로코 대사를 초치해 이민자 단속을 촉구했습니다. 스페인 외무 장관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아란차 곤잘레스 라야/스페인 외무장관 : 저는 주스페인 모로코 대사에게 국경 통제는 스페인과 모로코 공동 책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스페인과 모로코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세우타 불법 이민 문제 스페인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신정환 한국 외대 스페인어 통번역 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이번 사태 역시 스페인과 모로코의 외교적 갈등 때문에 촉발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관계 역사적으로 어땠습니까?

    먼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동기를 한번 보면 모로코가 지금 점유하고 있는 서사하라 지역이 있는데 그 서사하라 지역에서 현재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서사하라 무장독립군이 사하라의 아랍민주공화국이라고 하는 독립군의 지도자인 브라힘 갈리가 코로나19에 걸렸어요. 그래서 그 지도자를 스페인이 스페인 입국을 허용해서 스페인 병원에서 현재 치료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여기에 대해서 모로코가 이제 비난을 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그 반발로 모로코 경찰이 불법 이주자를 출국을 방지하고 묵인하고 조장했다, 그런 분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스페인 유력일간지인 엘 파이스에 따르면 보다 진정한 동기가 있다, 그건 뭐냐 하면 작년 12월 퇴임 직전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서사하라 영토에 대한 모로코의 권리를 인정해 줬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 모로코가 자신감을 가지고 스페인과 유럽연합에 맞서고 있다, 이런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법 이주자를 방치하는 것도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받은 자신감의 일환이라는 거죠.

 
  • 스페인은 현재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잖아요. 이 문제를 놓고 앞으로 모로코와의 외교적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이건 어떻게 전망하세요?

    물론 지금 야당에서는 민주당 이후에 스페인과 모로코 관계가 최악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산체스 총리가 취임 이후에 최고의 위기사태를 맞아서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모든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현지로 와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가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모로코는 이 서사하라 문제가 국내 최고의 현안이지 이 세우타 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국내 현안으로 따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로코도 이번에 아직 공식 입장을 이번 8000명 불법 이주 문제에 대해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앞으로 그런 국제사회 문제 또는 트럼프의 그런 문제가 됐다고 본다면 궁극적인 해결책 역시 단순히 스페인, 모로코의 관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UN이 포함된 국제사회의 중재와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갑작스러운 이민자 유입은 스페인과 유럽에 심각한 위기"라며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로코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스페인과의 관계에는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더 나은 삶과 미래를 향한 아프리카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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