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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빚 늘어 환갑잔치 열 수 없네" 유림 독립정신 담긴 간찰 9천여통 발굴

입력 2021-05-19 11:28 수정 2021-05-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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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편지 9천여통〈사진=한국국학진흥원〉발굴된 편지 9천여통〈사진=한국국학진흥원〉

"환갑잔치를 열 수 없어 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할 음식이 없네"

한말의 유학자인 대계 이승희가 친구인 회당 장석영에게 남긴 편지에 나온 내용인데 환갑잔치를 못 열 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걸까요?

한국국학진흥원은 한말 유학자들이 주고받은 편지 9천여 통을 발굴했습니다. 편지가 실려 있는 간찰첩은 인동장씨 남산파 회당고택에서 보관해오다가 2003년에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했습니다.

98책을 발굴했는데 한 책당 100여 통의 편지가 들어있어 모두 9천여 통의 편지가 담겼습니다. 역시 한말의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회당 장석영이 받은 편지입니다. 편지 내용 대부분은 의병전쟁과 국채보상운동 등에 관해 각처에 보낸 통문과 시회에서 지은 시를 묶은 시축, 학문을 강록한 강회기록 등에 관한 것입니다.
대계첩 2권〈사진=한국국학진흥원〉대계첩 2권〈사진=한국국학진흥원〉

다시 대계 이승희의 이야기입니다. 편지첩 중 눈에 띄는 것이 대계첩입니다. 유독 이승희의 편지만 따로 모아 책으로 묶어둔 것인데 두 사람의 인연이 남달랐기 때문입니다. 장석영은 이승희의 아버지 한주 이진상에게 글을 배운 제자였고 나이도 비슷해 친하게 지냈다고 전해집니다. 1907년 환갑을 맞은 이승희가 2월 20일자로 장석영에게 보낸 편지 중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국채가 날로 늘어나서 사사롭게 잔치를 열 수 없어/그 비용 백금百金을 의소義所에 보내고 나서/손님과 친구들을 빈 속으로 대하니 또한 스스로 부끄럽다.”

환갑비용 국채보상기부금 내용 담은 간찰〈사진=한국국학진흥원〉환갑비용 국채보상기부금 내용 담은 간찰〈사진=한국국학진흥원〉
자식들에게 환갑 행사를 하지 말고 그 돈을 국채보상의연금으로 기부하라 일렀는데, 이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과 친구들에게 별다른 음식을 대접하지 못해 부끄러웠다는 내용입니다. 장석영도 같은 해 국채보상운동이 전개되자 경북 칠곡군에서 금연운동과 의연금 모집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독립운동에 힘쓰고 있는 친구에게는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이승희와 장석영 두 사람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금 이 간찰을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했던 선현들의 흔적이 담긴 편지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번역작업이 마무리되면 책으로 발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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