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미술관에서 전시물에 아이가 올라갔는데, 이 작품이 한국화 거장의 작품이었습니다. 안전선이 없이 전시가 된 상태였고 아이 아버지는 몰랐다면서 사과를 했는데요. 작가도 선처해달라고 했습니다.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열 살 남짓한 남자아이가 전시실에 들어옵니다.
길게 늘어뜨린 작품이 신기한지 다가와 작품에 올라탑니다.
손으로 까만 글자를 만지기도 하고 마법의 양탄자인 양 무릎을 찧기도 합니다.
그러다 못해 작품 위에 벌렁 눕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뒤늦게 따라 들어온 아이들의 아버지, 아이를 말리기는커녕 사진을 찍어줍니다.
영상 속 아이들이 올라탄 작품입니다.
약 20m가량의 두루마리 형태인데, 자세히 보면 아이들 손자국과 발자국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한국화 거장이라고 불리는 박대성 화백의 작품입니다.
통일신라의 명필인 김생의 글씨체를 따라 쓴 걸로 작품 하나가 1억 원이 넘습니다.
액자에 넣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이 크고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려고 당시엔 안전선을 쳐놓지 않았습니다.
CCTV를 확인한 미술관 측은 즉시 이 가족을 찾아나섰습니다.
미술관의 항의에 아버지 A씨는 "작품을 만져서는 안 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화백에게도 미술관을 통해 여러 차례 사과를 전했습니다.
박 화백은 아이가 악의 없이 한 행동인 만큼 선처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대성/화백 : (올라타기까지 했는데.) 그래그래 그게 애들이지 뭐, 답이 있나. 우리 애들도 그래. 애들이 뭘 압니까, 어른이 조심해야지. 그래서 더 이상 얘기할 것 없다고 그랬어.]
작품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박대성/화백 : 자국이 남아있다고는 하는데, 그것도 하나의 역사니까 놔 둬야지. 복원도 할 수 있는데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