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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이직하라" LH조롱글 수사…블라인드 미국 본사 답변은?

입력 2021-05-04 13:58 수정 2021-05-04 14:21

"IP주소·아이디 암호화돼 알 수 없고 알아도 못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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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주소·아이디 암호화돼 알 수 없고 알아도 못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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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밤 10시 57분쯤 미국에 본사를 둔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의 익명게시판에 '꼬우면 이직하라' 등 익명의 조롱성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으로 '어차피 한두 달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다',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의 내용입니다.

이 글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3월 14일 명예훼손·신용훼손·모욕 등 혐의로 글쓴이를 고발했습니다. 다음날인 3월 15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LH 본사에 이어 블라인드 한국지사 등에 압수영장을 집행했습니다. 블라인드 미국 본사에는 이메일로 3월 17일과 3월 23일 2차례 압수영장을 보냈습니다. IP주소나 아이디 등 수사에 참고할 만한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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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블라인드 측의 답변은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블라인드 측은 경찰이 압수영장을 보낸 3월 17일 당일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IP주소나 아이디와 같은 개인 정보를 확인해 줄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10장에 이르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 경찰이 요구한 정보를 블라인드조차 알지 못하고 알아도 줄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블라인드 앱 자체가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애초 암호화 작업을 완벽하게 구축했다는 겁니다. 추가로 자국인 미국에서 압수영장이 나오더라도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실제 미국의 판례를 답변에 첨부했습니다.

경찰은 3월 23일 다시 이메일로 압수영장을 보냈습니다. 실제 해당 글이 존재하는지 등 개인정보가 아니라도 수사에 참고할 만한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다음날인 3월 24일 답변이 왔습니다. 블라인드 시스템에는 게시글 등 자료를 보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블라인드에 글이 올라오면 바로 암호화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알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은 중한 범죄가 아니라 적극적인 협조를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경찰은 블라인드 측에서 이런 답변은 예상했다는 반응입니다. 앞서 다른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블라인드 측의 협조가 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IT업체에 대한 수사는 대체로 협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해외 업체에 대한 국내 압수영장은 사실상 강제성이 없습니다.

다른 수사방법도 난항입니다.

경찰은 최초 해당 글을 올린 한 금융업계 직원 A 씨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A씨가 블라인드에서 LH 직원이 쓴 글을 보고 화면을 캡처해 익명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A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블라인드에서 탈퇴해버렸습니다. 해당 글의 사실 여부 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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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인증을 역추적하는 방법도 막혔습니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이메일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이 실제 그 회사에 다니는지 회사 메일로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경찰 수사 결과 LH 직원이 해당 이메일 인증을 받으려는 시도는 천 건이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메일 인증으로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실 블라인드가 국내 업체였다면 수사는 지금쯤 급물살을 탔을 것으로 보입니다. 접속한 IP나 ID를 건네받으면 글쓴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경찰은 국내 다른 서버 업체 2곳을 압수 수색 하는 등 수사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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