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 씨의 입담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단정한 드레스에 백발로 등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도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상식에서 윤여정 씨의 의상을 맡았던 사람은 수백 벌의 협찬을 물리치면서, "그저 나답고 싶다"고 말하는 스타는 이번에 처음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화려함을 한껏 뽐내는 자리, 레드카펫입니다.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이 맡은 스타를 가장 빛나게 만들어야 할 스타일리스트는 올핸 좀 남다른 고객을 만났습니다.
윤여정 씨가 자신은 "눈에 띄지 않아도 되고, 큰 보석도 필요 없으며, 화려한 옷도 싫다"고 했단 겁니다.
틸다 스윈튼, 마고 로비 같은 숱한 스타들과 작업했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홍콩에서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엘빈 고는 시상식에 참석할 윤여정에게 돈을 주고서라도 자기 브랜드의 옷을 입히려 전 세계에서 들어온 초고가 의상만 250벌이 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윤씨는 공주처럼 보이기보다, 자기답게 보이길 원했다는 겁니다.
실용적이고 편안한 멋을 뽐낸 윤여정은 미국 패션지의 '베스트 드레서' 중 한 명으로 꼽혔습니다.
[윤여정/배우 : 좀 이상하게 입는다고 뭐 법에 저촉되니? 입고 우기면 돼.]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마음대로 입으라는 이 배우는 평소에도 세대를 초월하는 옷차림으로 화제가 되곤 했는데, 시상식을 마친 무대 뒤에서도 드레스 위에 항공점퍼를 툭 걸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