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그동안은
'미래'에 대한 질문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정치를 할 것이냐, 언제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냐,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 어디로 갈 것이냐. 지난 3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문은 이제 본격적으로
'과거'로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28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을 실제 실행한 행동대장격은 윤 전 총장이 아니냐”며 사과를 요구하면서입니다. 경찰청장 출신인 김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ㆍ은폐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받았습니다. 당시 수사팀장이 윤 전 총장이었습니다.
대선주자로서의
“전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의 김 의원이 요구. 김 의원은
“제 회견이 의미 있는 출발이라 믿는다”고 했습니다. 실제 김 의원은 주변 여러 의원에게 자문해 기자회견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전 총장은 절대 안 된다는데 방점이 있기보다는 “사과하고 털고 가자”는 톤이 반영돼있습니다.
당에서는 개인의 의견이라고 거리를 둔 상황.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다만 “일반적으로 공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공직 수행 과정에서의 결정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그런 문제들은 본인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배제하고는 대선을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일찍부터 문제 될 것들은 털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해석했습니다.
윤 전 총장 앞에는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란 더 큰 질문도 놓여 있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자들을 비롯해 대선주자들에게도 사면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있는 상황.
하지만 윤 전 총장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물어보지도 않았고, 별다른 말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치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서적들. 〈사진=연합뉴스〉 T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구ㆍ경북에서의 윤 전 총장 지지율은 39.7%로 일주일 전(16~17일) 조사 때보다 6.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일주일 사이의 지지율 낙폭(2.5%포인트)과 비교해도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지지율이 더 많이 빠진 겁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며, “탄핵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지난 20일. 이 때문에 사면론이 윤 전 총장을 향한 TK 민심에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검사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은 별개의 문제(권성동 의원)”, "'검사 윤석열'은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것일 뿐(정진석 의원)"이라는 말들이 나옵니다.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와도 검찰개혁 등을 두고 크게 각을 세웠고, 결국은 어느 정권에서든 '검사 윤석열'로 일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무엇보다 야권의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 수위를 보이고 있는 윤 전 총장 없이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두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의원)는 '자가당착'과 '딜레마'라는 단어를 꺼냈습니다.
이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사면을 해야 된다고 하면 자기 모순,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사면이 안 된다고 하게 되면 지금 국민의힘의 기반인 이른바 보수 유권자들에서 아마 절반 이상 지지를 잃어버린다고 봐야 한다. 상당히 딜레마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을 만들어줬지만, 이 둘을 매끄럽게 연결해야 하는 과제.
또 특별한 활동 없이 외부 요인에 지지율이 출렁이는 상황을 언제까지 봐야 하느냐는 목소리.
윤 전 총장이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연결할지,
현재의 윤 전 총장에게 '동굴' 밖으로 나오란 요구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