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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학교 출신이 의대로' 막는다…"진학 지도 안 해"

입력 2021-04-29 16:02

학생부 연구활동 '빈칸' ㆍ기숙사와 독서실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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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연구활동 '빈칸' ㆍ기숙사와 독서실 '제한'

# 2022년, A 영재학교에 다니는 B 군은 의대에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담임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 나는 너의 의대 진학과 관련해 어떤 상담도 해 줄 수가 없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반고로 전학을 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덧붙입니다.

B 군은 계속 영재학교에 남아서 의대 준비를 하겠다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빈칸이 보이는 학생생활기록부를 감수해야 합니다.

'연구 활동' '창의적 체험 활동' 등 일부 항목에 아무것도 없는 학생생활기록부를 받게 됩니다. 다른 친구들은 성적이 학점으로 나오는데, B 군만 석차등급으로 표시됩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사진=연합뉴스〉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의대 진학 준비를 한다면, 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 외에는 기숙사와 독서실을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장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금전적인 문제까지 남습니다. 영재학교 교육 과정에 투입됐던 교육비와 장학금까지 모두 돌려줘야 합니다. B 군은 의대를 포기할지, 일반고로 전학을 갈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B 군의 이야기는 전국 8개 영재학교가 내놓은 '영재학교 학생 의약학 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앞으로 영재학교에 응시할 때 학생과 학부모는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원서를 낼 수 있습니다. 서약 내용은 영재학교에 다니면서 의대 진학을 희망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제재 방안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의대를 지원하려고 하면 선생님은 진학 지도를 하지 않고 일반고로 전출을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대입에 중요한 학교생활기록부도 불리하게 작성됩니다. 영재학교에서 추가로 했던 연구, 창의 활동은 학생생활기록부에 하나도 남지 않게 됩니다.

정규 수업 시간 외에는 기숙사, 독서실 이용이 제한됩니다. 교육비와 장학금도 환수 대상입니다.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재학생에게도 이런 제재 방안을 최대한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재학교는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정부 예산을 투입해 운영합니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학에 다니고 있는 영재학교 졸업생 3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3%(65명)가 의학 계열을 선택했습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의대 6곳에 합격한 학생이 출연해 논란이 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글도 올라왔습니다.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라며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영재학교 학생들이 이공계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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