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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납치 범죄 기승…치안 부재 심각|아침& 세계

입력 2021-04-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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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납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유엔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공식적으로 보고된 납치 건수만 234건입니다. 2019년에 비해 3배가량 급증했습니다. 교회 목사와 성가 대원들이 찬송가를 부르다가 갑자기 몸을 낮추더니 한쪽으로 피합니다. 곧이어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은 이들 목사와 신도를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지난 1일 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 도중 납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는데, 이들은 납치 사흘 뒤 몸값을 주고 겨우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1일에는 가톨릭 사제 5명과 수녀 2명, 신자 3명이 괴한에 납치됐습니다. 이들 중 4명은 풀려났지만, 6명은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납치범들은 주로 성직자나 공무원, 교사 등 중산층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습니다. 몸값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개인 경호원을 고용할 만큼 부자는 아닌 사람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겁니다. 아이티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인한 치안 부재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납치를 당했다가 몸값을 주고 겨우 빠져나온 남성은 정부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했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납치 피해자 : 납치범들 중 한 명이 나의 다리와 팔을 묶었습니다. 정부가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도 사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5살 여자아이 올슬리나가 길에서 놀다가 납치됐습니다. 거리에서 땅콩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엄마는 납치범이 요구한 몸값 4천 달러, 우리 돈으로 치면 400만 원가량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올슬리나는 납치 1주일 뒤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올슬리나는 이제 엄마의 전화기 속 사진으로만 남았습니다. 올슬리나 엄마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 : 저는 딸을 너무 사랑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너무 큰 고통을 느낍니다.]

평범한 국민들조차 언제 어디서 납치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티의 상황, 중미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태혁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아이티에서 납치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극심한 빈곤과 치안 부재가 가장 큰 배경일까요?

    맞습니다. 방금 영상자료를 통해서 현재 아이티의 민낯을 완연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프랑스의 식민지 유산과 2010년 대지진 그리고 2016년 허리케인 매튜 등의 자연재해 취약성, 즉 구조화되며 지속한 사회 그리고 환경적 취약성이 아이티를 절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빈곤의 덫에 1804년 아이티 독립 이후 대통령 임기를 온전히 끝낸 대통령은 르네 프레발 등으로 손꼽을 정도인데요. 정치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치안의 부재입니다. 아이티 땅에 남겨진 이들의 마지막 방법이 개인 경호원이 없는 사람들 가운데, 즉 자신보다 조금 더 가진 소위 중산층을 대상으로 납치범죄를 자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명 생계형 납치 범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납치 피해자들이 풀려나는 것은 공권력이 아닌 몸값 지불의 형태이며 특히 경찰이 납치범의 은신처를 확인해도 이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합니다. 납치범에게 돈을 주기 위해 돈을 빌리는 납치 피해자 가족은 더더욱 가난에 내몰리게 됩니다.

 
  • 그런데 아이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범죄 조직을 비호하고 있다, 이렇게 주장을 하면서 거리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고요?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먼저 현지 인권단체 그리고 하버드 로스쿨 국제인권클리닉은 현 정부가 폭력범죄, 갱단 등과 연루되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 모이즈 대통령 임기 해석의 이견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이원화 주체인 야당 등 반정부 세력을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기재로 범죄조직을 비호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현 정부는 납치 범죄율 증가 등의 정치적 책임으로 조셉 주테 총리의 사임을 전격적으로 수락하며 외무장관을 임시총리 체제로 하여 정국의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록펠러 빈센트 법무부 장관은 현 정부와 갱단과의 그 어떠한 연루 및 관계가 없다고 단호히 부인하는 가운데 오히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납치 등 사회 소요 현상은 정적들이 이와 같은 무질서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며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 현재 아이티의 상황은 도저히 자력으로 해결이 어려워 보입니다. UN을 비롯해서 말이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결론적으로 UN 등 국제사회의 적극적,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접근과 개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04년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몰아낸 쿠데타 발생 후 정정 불안 속 사상자가 늘자 UN 아이티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0월까지 도합 13년간 아이티의 치안을 담당했었는데요. 그리고 이후 2년여간 UN 아이티 정의임무단이 아이티 안정화 지원을 한 바 있고요. 우리나라도 아이티 안정화 지원을 위해 경찰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치안을 담당하던 국제사회의 공권력이 텅 빈 가운데 정쟁 속 납치 등 사회 불안정 요소가 확증되고 있는데요. 다층적 접근이 요구됩니다. 모이즈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경찰 병력 등 공권력에 대한 예산 증대와 아울러 납치범죄와의 전쟁을 치른 바 있는 역내 콜롬비아와의 정책적 공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바이든 미 행정부와의 전략적 접근 그리고 역내의 카리브 공동체 등 지역 기구를 활용하여 아이티 내 지속되고 있는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적 불안정성을 근절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동안 극심한 빈곤과 자연재해, 정치 불안에 끊임없이 시달려온 아이티 국민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피랍의 공포와 폭력에도 그대로 노출되어 정부로부터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아이티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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