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상 소감이 화제라곤 하지만, 배우 윤여정 씨가 이렇게 모두의 마음속에 스며든 건 결국 빼어난 연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사로잡은 영화 속 장면들을 온누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영화 '미나리' : 야, 뻑났다, 비켜라 이놈아.]
할리우드 영화 매체가 꼽은 명대사 한 마디.
어린 손주들과 태연하게 앉아 화투를 즐기는 외할머니는 심지어 승부욕을 감추지도 않습니다.
[봉준호 감독/JTBC '뉴스룸' (어제) : 회초리·화투 이런 아주 한국적인 정서와 디테일들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정서가.]
팍팍하기만 한 이민살이 속 싸움만 늘어가는 부부 사이에 나타나 온기를 불어넣는 순자.
[영화 '미나리' : 네 엄마 아빠, 한국에서 누가 노래만 시키면 서로 두 눈에서 꿀물을 뚝뚝 흘리면서 저 노래만 불렀다.]
약 2시간 영화 내내 등장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존재감은 확실했습니다.
배우 윤여정의 연기가 늘 그렇듯, 과장 하나 없이 뻔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개성있게 그려내고 그러면서 툭 내뱉는 울림있는 대사로 관객 마음을 훔칩니다.
[영화 '미나리' : 보이는 게 안 보이는 것보다 더 나은 거야. 숨어있는 게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거란다.]
한국 가족이 낯선 미국 땅에 뿌리를 내리는, 그래서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선 낯설지 않은 이야기.
여기에, 우리 할머니, 엄마, 아빠가 떠오르는 장면들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영화 '미나리'.
그러나 어쩌면 많이 본듯한 이 이야기는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덕에 좀 다르고, 풍성해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영화인들은 윤여정 씨의 오스카 수상에는 개인적 매력이 한몫을 했다고 말합니다.
[봉준호 감독/JTBC '뉴스룸' (어제) : 한국 영화사라는 굳이 거창한 작품이 되기보다도 윤여정 선생님 어떤 일단 개인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고요.]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영화 속 한 마디처럼.
[영화 '미나리' : 할머니 같은 게 뭔데?]
일흔넷 배우 윤여정이 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쌓아 올린 연기는 결국, 세계 영화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남게 됐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