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집 없는 설움, 치매 노인…'약자의 삶' 주목한 오스카

입력 2021-04-27 21:10 수정 2021-04-28 16:0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코로나19가 휩쓴 시대, 올해 아카데미는 어쩌면 더 많이 고통받았을 약자에 주목했습니다. '미나리'를 비롯해 상을 받은 영화들에는 주거 난민과 이민자, 그리고 노인들의 이야기까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영화 '노매드랜드' : (엄마 말로는 집이 없으시다던데, 진짜예요?) 집이 없는 건 아니야. 거주지가 없는 거지. 둘은 다르잖아?]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마을 경제가 무너지자 직장을 잃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위를 떠돕니다.

평생 일했지만 연금은 고작 600만 원 남짓, "집은 허상인가 마음의 안식처인가" 되뇌며 단기 일자리로 삶을 연명합니다.

전 재산인 낡은 승합차는 웅크리고 자야 할 만큼 좁디좁지만, 낯설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게 합니다.

[영화 '미나리' : 여기 대체 어디야? (집이지.)]

들어가려면 부축을 받아야만 하는 집, 미국 아칸소에 정착한 이민자 가족이 선택한 건 낡은 이동식 주택이었습니다.

농장을 가지려면 집의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꿈과 안식처를 동시에 누릴 수 없는 이민자에게 그래서 바퀴달린 집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장소로 표현됩니다.

[영화 '더 파더' : (난 내 집을 떠나지 않아.) 여긴 아버지 집이 아니에요.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저희 집으로 들어오셨잖아요.]

자기집에서 자녀의 집으로 그리고 요양원으로,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옮겨가는 과정은 노년의 주인공이 천천히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것들이 서러워 아이처럼 우는 치매 노인은, 우리 삶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집 없고, 돈 없고, 나이 든 이들에게 이 세계는 더욱 각박하지만, 영화는 그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는 건 뭔가 질문을 던집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전 세계가 갖고 있는 보편적 삶의 문제에 주목하며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관련기사

'화녀' 명자에서 '미나리' 순자까지…영화 같은 '여정' 감독의 '기억들' 모여…'74관왕' 전 세계 홀린 미나리 '미나리' 윤여정, 오스카 트로피 안았다…한국 배우 최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