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화학제품 안전법 제정 이유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알 수 없는 폐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임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된 화학제품 안전법 따르면, 가습기용 항균·소독 제제는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수입하기 위해서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장에게 각종 자료(안정성, 독성, 효과·효능, 흡수 등)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수입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은 잘 되어 있죠. 문제는 이런 승인을 신청한 건이 단 한 건도 없다는 거죠." (정진극 사참위 가습기 살균제피해지원과장)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법은 강화됐지만, 정작 이 제도하에서 승인받은 제품은 없었다고 합니다. 일반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할 때 이런 자료들을 모두 준비해서 승인받으려면 시간도,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 사참위 측에서 추정해 본 이유였습니다. 승인받은 가습기 살균제가 하나도 없다면, 문제는 다음부터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이 미승인된, 불법 제품인 겁니다.
사참위가 지난 1월 온라인에서 구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참위는 지난 1월 25일 온라인에서 6종의 가습기 살균제 등 생활화학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모두 '승인받지 않은' 제품들입니다. 6종 모두 일본 제품이었는데 해외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이었던 액체형 가습기 살균제도 있었습니다. 해당 제품들엔 에탄올, 은 이온, 계면활성제, 방부제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표기된 성분이 이 정도일 뿐 다른 표기되지 않은 어떤 성분들이 있을지는 알 수 없고, 인체에 들어가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고 사참위 측은 우려합니다.
오늘(22일) 오전, 열린 사참위 기자회견 "참사 원인인 가습기 살균제가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정작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죠."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생활화학제품 안전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해 12월, 화학제품 안전법을 위반한 148개 제품을 적발해 행정 조치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중 가습기 살균제는 없었습니다.
사참위는 구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이 이 환경부의 조사 기간에도 팔리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참위 정진극 과장은 "구매 당시 네이버에 '가습기 살균제'만 검색해도 이 제품들을 찾을 수 있었다"면서 환경부의 관리·감독 허술함을 지적했습니다. 승인받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가 유통되는 현 상황은 환경부가 사실상 감독 의무를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참위는 승인 없이 제품을 유통한 사례를 두고 직접 고발하는 방안도 향후 논의할 예정입니다. 또 불법 유통을 방치한 온라인 쇼핑몰 등을 상대로도 법적 책임이 없는지 등을 정부 차원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참위가 구매한 '미승인' 가습기 살균제 제품 목록을 참고로 올립니다.
(제품명/ 제조사)
-가습기 살균타임 (加?器の除菌タイム)/ UYEKI
-가습기에 좋다 제균제 (加?器にやさしい除菌?)/ BicKie
-디펜드 워터 (Defend Water)/ Defend Water
-쾌적공간 가습기 깨끗 (快適空間 加?器キレイ)/ 브릿지 메디컬
-요오드로 깔끔히 (ヨウ素 DEすっきり)/ 주식회사 빅바이오
-라구쥬란스 가습기아로마제균 플러스(ラグジュランス 加?器アロマ除菌 plus)/ UYE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