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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지키자" 연설했다고 징역…검찰, 고 이소선 여사 등 계엄령 위반 민주화운동가 5명에 직권 재심

입력 2021-04-22 12:02

고 이소선 여사 등 민주화 운동가 5명에 직권 재심 청구
사망한 민주화 운동가 기록 주민센터 직원이 찾아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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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소선 여사 등 민주화 운동가 5명에 직권 재심 청구
사망한 민주화 운동가 기록 주민센터 직원이 찾아내기도

"박정희 독재가 죽어서 민주주의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더 지독한 놈이 나타나서 지금 민주주의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학생, 노동자 똘똘 뭉쳐서 전두환을 몰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군복 입은 놈들에게 민주주의 빼앗겨 독재의 암흑 속에서 두들겨 맞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이소선 여사가 생전 아들 전태일 열사의 흉상 앞에 서서 발언하는 모습입니다. 이 여사는 아들의 분신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41년 동안 노동운동가이자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하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이소선 여사가 생전 아들 전태일 열사의 흉상 앞에 서서 발언하는 모습입니다. 이 여사는 아들의 분신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리며 41년 동안 노동운동가이자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하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1980년 5월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 여사가 대학생들 앞에서 했던 연설의 일부입니다. 이 여사는 같은 해 10월 계엄군에 의해 구속된 뒤, 2달 뒤인 12월 군사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집회에서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에 대해 연설함으로써 계엄 포고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당시 계엄 포고 제1호 1항은 "일체의 옥내외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시위 등의 단체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 북부지방검찰청 형사5부(서인선 부장검사)가 1980년 전후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다 계엄법이나 계엄 포고를 위반해 유죄 판결을 받은 고 이소선 여사 등 5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이후 신군부가 저지른 5·18 등 민주화운동에 대한 탄압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인 만큼, 이를 막거나 반대한 이들의 행동은 범죄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재심이 청구된 5명이 재판받았던 죄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모 씨는 1980년 6월 27일 불온 유인물 '학생에게 드리는 글'을 사전 검열 없이 출판하는 등 계엄법을 위반해 장기 8월, 단기 6월의 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고 이소선 여사는 1980년 5월 4일 시국성토 농성에 참여하여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연설을 하는 등 계엄 포고를 위반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양모 씨와 고 김모 씨는 1980년 11월 9일 공동으로 '한민족의 갱생을 위하여'라는 유인물을 불법출판하고 유포하는 등 계엄 포고를 위반해 각각 징역 1년,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조모 씨는 1980년 5월 1일 선모 씨 등과 공모하여 정부를 비방하는 시위를 하는 등 포고령을 위반해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전산 기록 없던 '잊힌 민주화 운동가'…주민센터 직원이 창고 뒤져 찾아내

검찰이 이번 재심 청구 대상자를 찾는 과정에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군사정권 반대 유인물을 유포해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고 김모 씨에 관한 자료를 전산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김씨에 관해 남아있는 자료는 군사재판의 유죄판결 기록뿐이었던 셈입니다.

김씨의 자료를 찾아낸 건 관할 주민센터의 직원이었습니다. 사망한 김씨의 자료를 찾아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은 상봉1동 주민센터 김대근 주무관은 1달 동안 주민센터 창고를 뒤진 끝에 손으로 작성된 김씨의 주민등록표를 발견해 검찰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김씨의 오빠에게 재심 청구 의사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생을 가슴에 묻은 채 서로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잊지 않고 챙겨주어 고맙습니다."

#아직 청산 못 한 군부 독재 상처…"재심 청구 계속"

검찰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검찰청 산하에 '직권 재심 청구 TF'를 꾸려 매년 민주화운동 관련자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태영호 납북사건' 등 6개 사건 18명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검사 직권 재심청구를 한 데 이어, 2019년엔 긴급조치 등 과거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487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북부지검 관계자는 이번 재심 청구에 대해 "대검에서 내려온 재심 검토 명단 중 북부지검 관할자를 추려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에서 재심 청구가 인용되면 검찰은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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