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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쿠바 '카스트로 시대'…차기 총서기에 디아스카넬|아침& 세계

입력 2021-04-20 08:41 수정 2021-04-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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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중남미 국가 쿠바에서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가 공식 사임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어젯밤(19일)에는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차기 총서기로 선출됐습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62년 동안 이어져 온 '카스트로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16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5년 만에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가 개막됐습니다. 현지 시간 19일, 우리 시간으로 오늘까지 전당대회가 진행됩니다. 89세의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는 전당대회 개막식에서 공식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라울 카스트로/쿠바 공산당 총서기 : 내 임무를 완수했다는 만족감과 조국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업무를 마무리합니다.]

라울 카스트로는 형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이끈 인물입니다. 체 게바라를 피델에게 소개시켜준 사람도 라울이었습니다. 형 피델에 이어 지난 2011년부터 공산당 총서기를 지냈고, 2016년 피델 카스트로가 세상을 떠나면서 명실상부한 쿠바 최고의 권력자로 당을 이끌어왔습니다. 이번 공산당 전당대회에서는 라울과 함께 공산당 서열 2위인 호세 라몬 마차도 벤투라 부서기와 라미로 발데스 사령관 등 쿠바 혁명에 참여했던 다른 인물들도 함께 물러났습니다. '혁명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습니다. 라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쿠바 최고 권력인 공산당 총서기직에 선출됐습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1960년생으로, 혁명 이후에 태어난 세대여서 더욱 주목됩니다. 피델 카스트로 정권 시절, 이념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비틀즈의 노래를 즐겨 들었고 군복 대신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 최고지도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지난해 국내 총생산이 11%나 하락했을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려 온 쿠바 시민들은 세대교체를 통해 쿠바가 확실히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쿠바 시민 : 새로운 사상과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혁명 시대 지도자들은 많은 실패를 거듭해왔습니다.]

'혁명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큰 변화에 직면한 쿠바의 상황, 중남미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쿠바에서 카스트로 형제가 이끌던 혁명의 시대가 62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쿠바는 물론이고요. 중남미 전역에서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세요?

    냉전 시기에 미주지역에서 사회주의국가 쿠바는 지역 안보 측면에서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쿠바 혁명 직후에 쿠바의 미주기구 회원 자격이 정지되면서 중남미 국가들도 외교관계를 단절했고요. 쿠바의 대중남미 외교정책도 사회주의 전파에 있었습니다. 라울 카스트로의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후에는 중남미 국가들이 쿠바와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쿠바의 미주기구 재가입을 만장일치로 찬성한 바 있습니다. 쿠바는 콜롬비아평화협정의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가 간의 연대와 통합의 원칙을 외교기조로 내세우고 있어서 미국과 쿠바 관계가 다시 정상화된다면 미주지역의 평화와 협력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 피델 카스트로와 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쿠바에서 그야말로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두 사람에 대한 쿠바 국민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카스트로 형제는 집회, 결사의 자유 또 표현,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위대한 혁명가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특히 라울 카스트로는 2006년 피델 카스트로에게 권력을 이양받고 소련식 사회주의 경제모델이 아니라 쿠바식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구축해서 자영업과 외자 유치를 확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끌어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했고요. 헌법 개정을 통해서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권력 분산을 하였던 결과가 이번 공산당 총서기직 사임이라는 점에서도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쿠바는 1993년 이후 경제지표가 줄곧 최악입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요. 디아스카넬 대통령 겸 총서기에게 변화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데 쿠바의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이번 당대회에서는 경제위기 극복과 사회주의 경제모델 지속을 재확인하였습니다. 변화가 아니라 유지를 의미하는 것이죠. 현재 3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았기 때문에 민간의 참여와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는 등의 개방을 하겠지만 경제위기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크겠고요. 정치적으로는 라울 카스트로가 공산당 총서기직을 사임하지만 쿠바 혁명군 최고지도자직은 계속 유지할 것 같습니다. 쿠바 혁명군은 국영기업을 관리하면서 쿠바 경제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있을 만큼 쿠바의 최고권력기관입니다. 따라서 라울 카스트로가 군 지휘권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요. 디아스카넬 대통령도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확고하기 때문에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개혁 개방 요구가 크지만 속도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겸 총서기는 소셜미디어에 "4월 19일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당의 설립자이자 안내자였던 세대가 책임을 넘겨줬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라울 카스트로가 막후 통치를 할 가능성은 크지만, 혁명을 겪지 않은 첫 민간 지도자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가게 될 쿠바의 미래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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