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반도체 패권 전쟁의 서막은 '차량용 반도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차를 만들 반도체가 부족하고 당장 국내 자동차 공장들도 멈춰 섰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하반기까지 반도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새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까지 줄줄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현대차 매장입니다.
신차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하지만 이달 출시 예정으로, 사전예약만 4만 대가 넘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는 보이지 않습니다.
[현대차 매장 관계자 : 아이오닉5가 아직 판매 개시가 안 되고 있어서요. 납기도 정확히 말씀 못 드리고요. 그거(반도체) 때문에 납기가 늘어지는 것도 맞긴 맞으세요.]
아이오닉5 등을 만드는 울산1공장은 지난 7일부터 일주일 동안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렌저와 쏘나타를 만드는 아산공장도 지난 12~13일 이틀간 문을 닫았습니다.
한 개당 1~2달러 수준인 차량용 반도체칩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만 칩을 쓰는데 최근 공급량이 크게 달립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98%를 해외에 의존한다"며 "MCU 등 주요 품목의 국내 공급망은 존재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현대차는 일단 예정대로 공장을 다시 연다는 방침이지만, 반도체칩 부족으로 언제 다시 공장이 멈출지 불투명합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자동차 생산은 1년 전보다 9.5%나 줄었습니다.
이러자 차량용 반도체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단기간에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 공급 물량 자체를 갑자기 늘리기도 어렵고 소량 다품종 생산이기 때문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가을까지 갈 가능성이 커요.]
이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자동차 업계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