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휴가 중이어도 눈과 귀는 쉬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다가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은 경찰관의 얘기입니다. 종이봉투를 건네는 장면, 그리고 휴대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녀를 데리고 가던 길에 범인을 붙잡았다고 하는데, 아버지를 더 자랑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배승주 기자입니다.
[기자]
울산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 앞에 모자를 쓴 남성이 서 있습니다.
40대 A씨입니다.
비상등을 켠 승용차를 보자 다가가 인사를 한 뒤 주차를 하라며 손짓을 보냅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A씨에게 종이봉투를 전달했습니다.
봉투에는 만 원짜리 500장과 오만 원짜리 100장 등 모두 천 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휴가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 박현석 경사가 목격했습니다.
박 경사는 하교하는 자녀를 데리고 가던 길이었습니다.
[박현석/울산울주경찰서 경사 : 돈뭉치를 길거리에서 서로 주고받는 상황은 보이스피싱 대면 편취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그래서 제가 의심하게 됐습니다.]
경찰관 신분을 밝힌 박 경사가 불심검문을 하자 A씨는 정당한 업무라고 둘러댔습니다.
하지만 A씨 손에 든 휴대전화에선 수상한 음성이 흘러나왔습니다.
[박현석/울산울주경찰서 경사 : 중국동포로 추정되는 말투로 '자리를 빨리 옮기세요'라는 말을 듣고 보이스피싱으로 확신을 하고…]
결국 박 경사가 형사과에 출동 요청을 해 A씨가 검거됐습니다.
피해 남성은 기존 대출금의 이자를 싸게 바꿔주겠다는 수법에 당했습니다.
먼저 기존 대출금을 일시불로 갚아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울산울주경찰서 관계자 : OO은행이라면서 팀장이 전화가 와서 이런 대출상품이 있다. 대부업체 팀장이 현장에 나갈 거다. 현금을 준비해서…]
A씨는 생활정보지 구인광고를 보고 수거책을 맡게 됐다며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한 건당 1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합니다.
경찰은 A씨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울산울주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