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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비' 호텔 객실 사들였더니…6년째 공사 중 '집단소송'

입력 2021-04-06 16:52

'노후대비' 호텔 객실 사들였더니…6년째 공사 중 '집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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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비' 호텔 객실 사들였더니…6년째 공사 중 '집단소송'

60대 A씨는 2015년 12월 '분양형호텔, B호텔'에 투자했습니다. 분양형호텔은 객실을 여러 투자자들에게 분양하고, 호텔 수익을 나눠주는 수익형 부동산입니다. B 호텔의 위치는 부산 해운대 앞. 시행사는 '해수욕장까지 걸어서 3분.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5분' 이라며 높은 수익을 장담했습니다.


좌) 분양형 B호텔 홍보물  우) B호텔 '확정 수익 지급 보증서'좌) 분양형 B호텔 홍보물 우) B호텔 '확정 수익 지급 보증서'

시행사는 연 8% 수익률을 10년 간 보장하겠다며 '확정 수익 지급 보증서'까지 써줬습니다. 투자금이 1억4천여만원이니 약 1천만원씩 10년 간 매년 입금해 주겠다는 장밋빛 결과를 보증한 겁니다. 또 시행사가 지정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으면 그 이자는 시행사가 대신 부담하겠다고도 계약했습니다. A씨는 "은행 이자보다 많은 8% 수익률을 약속하면서 무이자 대출도 받게 해준다고 하니, 노후 대비로 투자했다"고 말합니다. 시행사는 사실상 '연금'과도 같은 투자상품이라고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B호텔은 약속한 완공일(2017년 6월) 보다 3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이다. B호텔은 약속한 완공일(2017년 6월) 보다 3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중이다.

계약서 상 B호텔의 완공일은 2017년 6월입니다. 하지만 약속한 날로부터 3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호텔은 여전히 공사중입니다. A씨를 포함한 투자자 100 여명은 연 8% 수익은 커녕 한푼의 수익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내주겠다고 했던 대출 이자도 투자자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A씨는 "은행 이자보다 많은 수익을 약속해서 투자했는데, 오히려 몇년째 은행 이자를 내고 있는 신세"라고 말했습니다.

A씨 등 투자자 100명은 시행사 등을 상대로 단체소송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형사 소송도 검토중입니다. 집단소송을 맡은 박건호 변호사는 "피해자 대부분이 노후대비를 위해 투자한 은퇴 노인들"이라며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자 시행사 회장 백모씨는 파산 신청을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투자자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현 시행사 측은 취재진에게 "공식적인 입장과 향후 계획을 설명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모두가 피해를 최대한 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행사도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전·현 경영진 간 법적 다툼이 진행중입니다.

이같은 분양형호텔은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호텔 공급을 대폭 늘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7월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여러 명이 호텔을 나눠서 소유할 수 있도록 분양형호텔의 길을 터줬습니다. 동시에 각종 규제도 풀어주면서 전국 관광지마다 분양형호텔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결국 공급과잉 사태를 불러왔고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많은 분양형호텔들이 위기에 내몰린 겁니다.

B호텔 피해자모임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했더니 복지부 관할이라고 넘기고, 복지부는 아직 건설중이니 국토교통부로 넘겼고, 국토교통부는 다시 복지부 관할이라고 넘겼다"고 말합니다. 일반 호텔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를 하지만 분양형호텔은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공중위생법이 적용돼 보건복지부가 관리합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업체가 허황된 수익률로 홍보해도 규제할 장치가 없고, 그 허황된 계약을 지키지 않아도 투자자들을 보호할 장치도 없다"며 "아파트 분양을 이런 식으로 했으면 문제가 커졌을테지만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서준 기자 being@jtbc.co.kr
정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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