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집트, 파라오 미라 22구 이전…'황금 행진' 장관|아침& 세계

입력 2021-04-05 08:28 수정 2021-04-05 15:0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 파라오와 왕비들의 미라 22구를 새로운 박물관으로 옮기는 행사가 이집트에서 성대하게 펼쳐졌습니다. 지난 3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파라오들의 황금빛 행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카이로 중심부에 위치한 박물관에서 보관돼 오던 파라오 미라 18구와 왕비 미라 4구는 남부 푸스타트 지역에 새롭게 지어진 국립 이집트 문명 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미라 전문가로 유명한 살리마 이크람 교수는 파라오 미라가 푸스타트 지역으로 옮겨진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살리마 이크람/카이로 아메리칸대 이집트학 교수 : (파라오 미라들은) 기존에 있던 박물관에서 조금 더 시설이 잘 갖춰진 새로운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마지막 여행을 떠납니다. 옛 이집트의 수도였던 '알푸스타트' 지역으로 돌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파라오 미라는 약 5km의 거리를 특수한 온도 조절 장치가 설치된 트럭에 실려 이송됐습니다. 트럭의 외형은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 미라를 무덤까지 옮겼던 목선의 모습을 본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동 내내 경찰의 호위가 이어졌고 이집트 유명 인사들과 연예인들의 차량 행렬도 뒤따랐습니다. 새로운 박물관에 도착하자 이를 환영하는 예포가 발사됐습니다.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직접 나와서 파라오 미라들을 맞이했습니다. 화려하게 치러진 이번 행사는 이집트 국영 TV를 통해 국내외에 생중계됐습니다. 이집트 당국은 이번 파라오 미라 이전 행사를 준비하는 데 3년 가까이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집트 고대 유물을 홍보하고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됩니다. 전 이집트 고대 유물부 장관이자 저명한 고고학자인 자히 하와스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자히 하와스/전 이집트 고대유물부 장관 : 우리는 파라오 미라 이전 행사를 통해 이집트가 안전하다고 사람들에게 말할 것입니다. 관광객들이 돌아와야 합니다. 코로나19는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파라오 미라가 그 모든 것들을 막을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이로에는 여전히 신비와 마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당국이 총력을 기울여 준비한 파라오 미라 이전 행사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파라오 미라 18구와 왕비의 미라 4구가 옮겨졌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람세스 2세의 미라도 이번에 함께 이송된 거죠?

    그렇습니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를 이집트 파라오 중 가장 긴 67년간 통치를 해서 가장 유명한 파라오라고 하겠습니다. 평생 여러 가지 전쟁을 많이 치렀는데요. 이웃 히타히트와 평화조약인 카데시 조약을 맺었는데요. 이는 인류가 만든 최초의 공식적인 평화조약입니다. UN본부에 가면 그 복제물이 전시돼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보면 거대한 사원에 자기가 가족의 모습을 조각으로 새겨서 이집트 건축에 자신의 모습을 남겼습니다. 또 하나 유명한 게 구약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이집트 탈출과 관련된 파라오로 여러 후보가 거론되는데 그중에 가장 유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또 보면 이집트 사상 두 번째 여성 군주인 하트셉수트의 미라도 이번에 행진에 참가했는데요. 보면 여성이 파라오를 한다고? 하는 편견이 있는 시대였으니까 가짜 수염을 달았던 그런 석상을 만들고 그걸 이제 전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투투모시스 3세라는 파라오가 있는데 평생 17차례 군사원정을 다녀서 전사 파라오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런 사람들 그리고 부인들 모두 22명이 이번에 미라가 새로운 박물관으로 옮겼습니다.

 
  • 앞서 전해드린 대로 이집트 당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서 관광산업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국가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등으로 인해서 그동안 큰 타격을 입었던 거죠?

    그렇습니다. 관광은 이집트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요. 국내 총생산, 즉 GDP의 11%, 외화 획득의 14.5%를 차지해 왔습니다. 연간 2000만 명 가까이 방문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관광지인데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제일 가깝고 가장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유럽과 미국이 이번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코로나 때문에 가장 경제가 많이 흔들린 나라가 이집트인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든 가장 먼저 관광산업을 일으켜야 되겠다, 이런 의지를 이번 행사에서 볼 수 있겠습니다.

 
  • 이집트 현지에서는 파라오 이전 행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수에즈운하에서 선박이 좌초되는 사건이 있었고요. 열차 추돌 사고 등 큰 사고들이 최근에 잇따라 발생했는데 그래서 이번 행사가 파라오의 저주를 초래했다 이 같은 주장도 나왔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굉장히 황당한 얘기인데요. 파라오의 저주가 나왔다는 건 1920년대 투탕카멘 파라오의 묘를 발굴하면서부터 나왔던 거고요. 이미 사실은 그전에 20세기 초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집트에서 유물을 가져가면서 본국에 가니까 뭔가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미라를 보고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한 건데요. 가장 황당한 게 1912년에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는데 이것도 미라의 저주라는 그런 내용이 그 당시에 사람들 입에 회자됐을 정도니까 좀 황당한 얘기라고 봐야죠. 그리고 파라오의 저주라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굉장히 오랫동안 묘지를 파온 아까 이제 나온 자히 하와스라는 이집트 학자가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평생 수십 개를 이집트 묘지를 파고 그리고 미라를 발굴했는데 지금까지 아무 이상이 없다. 내 동료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아주 뭐 이번에 이집트의 미라와 파라오에 대한 전 세계 관광업계에 홍보가 크게 된 것 같습니다.


이집트 당국이 신경 써야 할 것은 파라오의 저주가 아니라 국가의 내실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는 화려한 행렬이 진행되는 동안 근처 빈민가는 대형 방음벽으로 철저하게 가려졌을 뿐 아니라 행사를 직접 보고 싶어 찾아온 빈민들은 입장을 거부당하고 돌아가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화려한 행렬에 가려진 빈민가는 영광스러운 이집트의 과거와 불안정한 현재 사이의 단절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