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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학교의 이상한 등교결정…교사 1표는 학부모 10표?

입력 2021-04-0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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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중학교가 지난 1일 보낸 가정 통신문입니다. 지난달 실시한 '4월 5일 이후 등교 일정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결정된 사항을 안내한다는 내용입니다. 설문조사 내용을 좀 볼까요? 설문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첫째는 등교 방안이고 둘째는 학년별 등교 방안이네요. 결과를 보니 등교 방안과 관련해 학생들은 비등비등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는 의견 차이를 보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모두 합쳐 조사 결과 밀집도 1/3 유지에 과반수가 찬성했다고 했습니다. 또 이를 반영해 따라 4월 5일부터 9일까지 전체 학생의 1/3 등교가 결정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좀 이상합니다. 설문은 교사 36명과 학생 296명, 학부모 387명에게서 했다고 했는데 전체 결과로 나온 % 숫자가 엉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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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등교 방안에 대해 교사 36명 가운데 83.3%(30명)는 학교밀집도 1/3 유지를 선택했고 반면 학부모 387명 가운데1/3 유지를 선택한 것은 22.2%(86명)에 불과했습니다. 학생은 58.2%(174명)입니다. 모두 합치면 40.3%(290명)입니다. 그런데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모두 합친 719명의 결과는 어딘가 좀 다릅니다. 54.8%(394명)가 찬성했다고 했다고 나옵니다. 갑자기 14.5%P가 늘어났습니다. 분명 1/3 등교를 선택한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다 합쳤을 때 290명이었는데 어디서 104명이 늘어난 걸까요?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했더니 엉뚱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모든 % 숫자를 더한 뒤 평균을 냈다는 겁니다. (83.3% + 58.8% + 22.2% 나누기 3 = 54.8%) ???, 전체 결과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각각 1표를 가지는 게 아니라 교사 설문조사 결론과 학생 설문조사 결론, 학부모 설문조사 결론을 각각 1/3씩 반영했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교사 1표는 학부모 10표, 학생 8표와 비중이 같습니다. 결국, 학생들의 등교 인원을 늘릴지 여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보다 교사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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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교 관계자는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했던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또 학교도 등교 확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밀집도를 2/3로 늘리기는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교인원 결정을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학교 자율로 정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결국 설문조사는 요식행위였다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교사의 한 표를 학부모의 10표로 계산하는 것이 당연한 거냐"라고 되물었습니다. 다른 학부모는 "이럴 거면 설문조사는 왜 했나"며 "조율이 아닌 통보식으로 학교 운영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학교 측은 반발이 커지자 다음 주 월요일(5일) 학부모 대표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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