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상습 음주 등의 논란으로 지난 2월 경찰서장이 교체된 강남경찰서에서 또다시 직장 내 갑질 및 폭행ㆍ폭언, 접대 등 의혹으로 핵심 간부 두 사람이 대기발령 등 인사 조치를 받게 됐습니다.
서울경찰청은 1일 강남경찰서 과장급 간부 A 경정을 대기발령하고, 계장급 간부 B 경감을 타 경찰서로 전출했습니다. 두 사람은 관할 경찰서로 접수되는 대부분의 형사ㆍ강력 사건 수사를 지휘ㆍ감독하는 간부입니다. A 경정은 지난해부터, B 경감은 2019년 말부터 과장과 계장으로 근무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두 사람이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 등의 갑질을 하거나, 밥값이나 술값 등을 대신 계산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대를 받아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개월에 걸쳐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특히 B 경감에 대해선 귀를 잡고 흔들거나 팔 사이에 머리를 끼워 압박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들을 폭행하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팀장급 경찰관들에게 폭언이나 반말을 하는 등의 '직장 내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자신과 가깝거나 같은 지역 출신 인사를 좋은 보직에 앉히는 방식으로 인사권을 남용해왔다는 내부 고발도 서울청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B 경감이 한밤중 술에 취해 경찰서에 와 부하 직원이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나이가 어린 직원들을 한자리에 '집합' 시켜 폭언ㆍ폭행을 한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강남경찰서는 '버닝썬 사태'의 후폭풍으로 지난 2019년 당시 경찰서장이 대기발령 조치됐고, 장기 근무 경찰관들이 대거 다른 경찰서로 전출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경찰서장이던 박 모 총경이 부임한 지 약 한 달 만에 다시 비위 의혹으로 대기발령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박 총경은 여러 차례 근무 시간 중 술을 마시거나, 술자리에 부하 여성 경찰관들을 불러낸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경찰 출신 변호사와 유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감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열심히 일만 해 온 죄 없는 직원들까지 오로지 장기 근무자라는 이유만으로 전출시켰는데, 이제는 그 빈자리를 두고 특정 간부가 인사 전횡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니 힘이 빠진다"이라며 "묵묵히 일하는 젊은 직원들의 사기가 더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윤정민 기자 yunjm@jtbc.co.kr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