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로 한복판, 폭이 좁은 인도에 보행자들이 불안하게 서 있습니다. 앞뒤로 차들은 쌩쌩 내달립니다. 부산 버스 중앙차로 일부 구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입니다. 저희 JTBC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횡단보도의 실태를 집중 보도하고 있는데요.
사망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 문제의 현장을 구석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 부근 도로입니다.
왕복 6차로 가운데 2개는, 버스만 다니는 버스중앙차로입니다.
도로 한복판에 인도가 생겼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이 인도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리면 아찔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특히 횡단보도와 맞닿은 인도쪽은 서너명만 서도 차도로 발이 나올만큼 폭이 좁습니다.
[(안전하게) 이쪽으로 서야 됩니다, 이리로!]
더 좁은 경우도 있습니다.
보행자들이 딛고 설 수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재어보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폭 90cm 안팎입니다.
보통 폭이 2미터가 넘는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겁니다.
[김경숙/부산 연산동 : 좁기도 하고 차가 사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니까 (인도인지 차도인지) 분간이 안 돼요. 많이 위험하죠.]
띄엄띄엄 있는 인도에, 횡단 거리가 짧아져 보행자는 물론, 오토바이의 무단횡단까지 끊이질 않습니다.
동래구 수안동과 안락동을 잇는 버스중앙차로구간.
버스가 보행자를 치는 사고가 나자 부산시는 뒤늦게 도로 한가운데 있던 폭 70cm짜리 인도와 횡단보도를 급히 없애기도 했습니다.
[주민 : 불안한 거야. (사고) 몇 번이나 났지, 부딪혀가지고. 그래서 여기로 옮긴 거죠.]
짧아진 인도가 무단 횡단을 불러 최근 3년간 부산 버스중앙차로 구간에선 보행자 9명이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경찰 관계자 : (원래 도로라면) 건너갈 엄두를 못 내는데 (인도가) 좁아지다 보니까 이만큼 건너고 또 저만큼 건너면 되니까 (무단으로 건너는 거죠.)]
부산시는 도로 사정상 인도 폭을 넓히긴 쉽지 않아 무단횡단 차단기 설치 등 시설 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